최근 도심 곳곳에 꽃이 피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있다. 이처럼 달라진 계절은 실내인테리어에도 영향을 준다. 답답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소재 대신 가볍고 따뜻한 느낌의 소재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라탄의 인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특히 라탄은 공예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보니 취미 생활로 삼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별다른 도구 없이 두 손만으로도 충분히 작품을 만들 수 있어 일상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치 뜨개질을 하듯 나무줄기를 엮다 보면 라탄 특유의 차분함과 안정감이 마음으로 번지곤 한다.

이에 관하여 성북구 종암동에서 라탄클하별루 공방을 운영하는 안수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성북 종암동 라탄클하별루 공방
▲ 성북 종암동 라탄클하별루 공방

Q. 라탄클하별루 공방의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미술작가와 3D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나는 결혼을 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았다. 직업의 특성상 야근을 굉장히 자주하며 작업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나는 내 아이에게는 무척이나 불량 엄마였다. 맞벌이하는 엄마, 아빠 때문에 생후 6개월 때부터 종일반을 넘어 야간반으로 저녁밥까지 어린이집에서 먹어야 하는 아이를 보면 서글프기도 했지만,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운 기반을 만들어주겠다는 신념으로 버텼다.

그리고 아이가 4살이 됐을 무렵 내가 출근해서 아이 곁에 없었던 어느 날 아이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응급실에서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울지도 못하다 내가 나타나니 작은 소리로 나를 부르며 우는 모습에 무너졌다. 내가 곁에 없어서 우리 아이가 다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활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는 아기 때부터 중고등학생 때까지 집이 아닌 밖에서 보내야 하는 생활을 반복해야 할 것이고 아이가 나를 원망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를 위해 내 꿈을 포기하고 전업주부가 될 자신도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나 역시 또 다른 누군가를 원망하게 될 것 같았다. 오랜 시간 고민하던 와중에 해답을 찾은 것이 라탄공예가였다. 라탄공예가가 되어 아이 곁을 가까이서 지킬 수 있도록 집 근처에 공방을 열고, 라탄공예강사로 수업과 창작 활동도 하면서 내 시간에 맞게 일정을 조정하여 공방을 운영하는 것이다.

해답을 깨닫자 나는 정말 미친듯이 라탄공예에 빠져들었고, 작년 9월 라탄공예 공방을 오픈하였다. 지금은 아이 스스로도 힘들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하루를 보내며 나 역시도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공방운영을 하면서 나의 성취감을 맛보며 매일매일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다.

현재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여성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예비 엄마 또는 현재 어린 자녀를 키우며 경력단절이 된 여성분들, 또는 경제적인 요인 때문에 원치 않은 회사생활을 하는 직장인분들, 창작과 예술 활동을 직업으로 삼고 싶지만, 경제적으로 녹록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포기하는 취준생들, 일에 치여 쫓기며 사는 현대인들, 그리고 퇴직 후 무료함을 느끼시는 어르신들. 모두의 고민을 나는 라탄공예로 같이 풀어가고 싶다.

Q. 라탄클하별루 공방의 주 서비스 분야에 대해 아래와 같이 소개해 주십시오.
A. 라탄공예의 특성상 수업은 1:1 혹은 최대 1:4의 소수정예로 구성되어 운영하고 있다. 원데이클래스, 키즈클래스가 있으며 라탄클하별루공방의 자체 커리큘럼을 제작하여 전문가를 양성하는 정규반도 step1, step2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라탄 소품 및 라탄 가구 주문제작서비스도 준비되어 있다. 향후 원데이클래스보다는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5주 과정의 취미반도 개설할 생각이다.

먼저 원데이클래스와 키즈클래스는 기초적인 라탄공예 기법을 이용하여 하루 평균 2~3시간 이내에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원데이클래스는 라탄공예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초보자분들이 대상이다. 수강생들의 성향과 작업속도가 상당히 차이가 나므로 수강생의 작업속도에 맞춰 시간을 연장해드리고 있으며, 원데이가 아닌 투데이클래스로 진행할 때도 있다. 키즈클래스의 경우 7세 이상이면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나무 합판을 이용한 라탄트레이 혹은 이니셜을 새긴 나무링 또는 예쁜 디자인이 그려진 나무링을 조합하여 라탄연필통 등을 만들 수 있다.

정규반 step1, step2 과정에서는 라탄공예 초보자가 입문하여 라탄공예 전문가로 양성하는 과정이다. 라탄공예의 라탄바구니에서 성인용 라탄 의자 등 소품부터 가구까지 총 13개 작품으로 다양한 작품을 배운다. 원데이클래스에서는 기초적인 기법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만, 정규반 step1의 경우 기초기법부터 심화 기법까지 체계적인 수업을 받는다. 또한, 라탄을 염색하거나 오랜 세월 보관·관리할 수 있도록 마감 작업까지 수업에 포함되어 있다. 향후 라탄공방 운영 및 라탄공예 작품 창업, 라탄공예가와 라탄강사로서의 자격을 갖출 수 있다.

라탄가구 제작을 주로 다루는 step2 과정은 남성분들께서도 문의가 많은 편이다. 라탄공예는 주로 20~40대 여성분들의 관심에 국한되어 있다는 편견과는 달리 공방을 운영하다 보면 전 연령층에서 많은 관심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과정은 초보자가 아닌 정규반 step1 과정을 이수한 자 또는 타 협회와 타 공방에서 2급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수강생분들이 입문할 수 있는 심화 과정이다. 작품 수는 총 12개 작품으로 주로 라탄가구를 제작하는 과정이며, 바구니라 할지라도 난도가 높은 기법으로 매우 정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Q. 여타 유사 업종과 비교해 볼 때 라탄클하별루 공방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라탄클하별루 공방은 타 공방과는 달리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수업하는 개인공방이다. 커리큘럼을 이수한 후 라탄공예가로서 자율성이 보장되므로 더욱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으며 멋진 창작물도 개발할 수 있다. 스승과 제자 관계가 아닌 라탄공예가라는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로서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하며 때로는 라탄공예를 함께 연구하는 별종인 사람들의 공간이다.

▲ 종암동 라탄클하별루 공방 내외부전경
▲ 종암동 라탄클하별루 공방 내외부전경

Q. 라탄클하별루 공방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과 철학은 무엇입니까?
A. 솔직함이다. 나의 성격 역시 솔직하고 단순하기에 복잡한 생각들과 복잡한 관계를 지양하고 있다. 나의 성향을 고스란히 공방운영에도 녹여놨는데, 원데이클래스를 문의하시는 분들께 가감 없이 말씀드리곤 한다. 예를 들어 원데이클래스를 설명할 때는 입문자들에게 본인과 라탄공예가 잘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며, 기초적인 기법들로만 이뤄지므로 원데이클래스를 10번, 20번 듣는다고 하더라도 라탄공예를 제대로 알 수 없다고 부연설명을 해드린다.

솔직함 또는 저돌적인 나의 성향에 반해 라탄 공예가 가진 매력은 느긋함, 여유로움이다. 라탄클하별루 공방에서 내세우는 키워드 역시 ‘내 삶을 풍요롭게 엮어줄’ 라탄공방이다. 라탄공예가 가진 매력과 공방을 운영하려는 철학을 수강생분들에게 그대로 녹이려면 수업시간에 큰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사람마다 작업속도가 다른데 강사가 이 작품은 2시간짜리라며 몇 시까지 엮으라고 제한을 둔다면 라탄 공예의 매력은 사라질 것이다.

현대사회가 지친 분들, 혹은 조용하고 여유로운 삶을 찾길 원하는 많은 분이 라탄공예를 찾는다. 예쁜 공방에 와서 먼저 눈으로 힐링을 느끼고, 라탄공예를 하기 위해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를 하면서 라탄을 엮으며 마음도 힐링하는 공간이 라탄공예 공방이다. 라탄클하별루 공방을 방문한 모든 수강생님께서 복잡한 일상과 복잡한 마음을 잠시 잊고 한땀 한땀 정갈하게 라탄을 엮으며 마음을 정화하시는, 잠시 쉬어가시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Q.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매주 만나는 정규반 수강생님들을 뵐 때마다 보람도 느끼고 행복함도 느낀다. 일주일 동안 각자의 바쁜 일상에 힘들게 소화하고 공방에서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처음에는 공방운영을 먼저 생각하여 수업시간에 빠지면 화가 나고 진도 걱정부터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규반 수강생님들을 만나는 시간이 매회 지날수록, 서로를 라탄공예 동기를 넘어 지쳤던 일주일을 힐링하는 공간에서 만나 서로를 힐링해주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Know-how)를 말씀해 주십시오.
A. 공방을 방문해주시는 수강생분들에게 힐링이 되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꾸몄다. 라탄 소품과 가구, 원목 가구와 식물들이 가득한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다. 수강생분들이 눈으로 먼저 힐링을 하고 아름다운 노래와 재밌는 사연의 라디오가 흘러나오는 공간에서 라탄을 엮으며 같은 취미로 모인 사람들과 대화하며 힐링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Q. 라탄클하별루 공방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라탄공예는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해 느리게 작업하는 방식으로써, 요즘의 3D 프린터를 이용해 원하는 모든 것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내는 현대사회의 작업 방식에 반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라탄공예는 삶의 속도를 천천히 맞춰가며 여유로움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취미 생활 또는 직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산업이 발전하면 할수록 천연소재로 핸드메이드 작업을 하는 라탄 공예의 전망을 더욱 밝아지리라 믿고 있다. 라탄클하별루 공방 역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라탄원데이클래스와 키즈클래스, 취미반도 계속해서 같이 운영할 생각이지만 정규반 step1, step2, step3 등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한, 전문가반을 이수한 수강생분들과 함께 개인 창작물을 작업하여 향후 함께 전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더불어 ‘내 삶을 풍요롭게 엮어줄 라탄공예공방’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만큼 나중에는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는 분들뿐만 아니라 마음이 아파서 고통을 받는 분들이나 삶에 여유가 없는 분들에게 라탄공예를 만나게 해드리는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공방 이름인 클하별루는 나의 아이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클 하(嘏), 별(婁), 큰 별이라는 뜻을 가진 ‘하루’라는 이름을 한자로 풀어서 만든 것이다. 라탄클하별루 공방의 로고 역시 아이가 그린 태양과 수성을 그대로 로고로 삼았다. 내 아이의 이름을 내걸고 공방을 운영하는 만큼 수강생분들에게 진솔하게, 진심으로 대하며 수강생님들의 입장에 서서 최선을 다해 수업에 임하고 있음을 약속드린다.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수지타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내가 느끼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부분을 거짓으로 수강생을 대하고 있지 않다. 본인이 정말 재밌기에 라탄공예를 많은 분에게 추천해 드릴 수 있으며, 라탄공예로 힐링하고 있기에 많은 분을 소개해드리고 싶다.

라탄공예 작업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라탄공예를 접하고 있는 수강생님들과 나는 라탄의 중독에 빠졌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라탄공예를 문의하시는 많은 분께서 본인은 손재주가 없는데 괜찮냐는 말씀을 종종 하시는데, 나중에 라탄공예가가 되어 라탄작품을 전시회에 내걸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면 상관없다고 말씀드린다.

라탄은 소재 자체만으로도 예쁘다. 서툴게 듬성듬성, 삐뚤삐뚤하게 만든 바구니 역시 자연 그대로의 것이라 그 나름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정규반 같은 전문가과정에서도 선천적으로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보다는 차분하게 라탄을 엮으며 즐기는 사람들의 실력이 훨씬 좋다. 많은 사람이 라탄공예를 통해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힐링을 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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