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국내 대표 모빌리터 플랫폼으로 꼽히는 내비게이션 ‘T맵’. 그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던 T맵이 최근 새로운 정책과 요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달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는 T맵의 데이터 요금 ‘제로레이팅’을 종료하기로 하고 이를 고객들에게 공지했다.

제로레이팅은 콘텐츠 사업자가 이용자의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무과금 혜택이라고도 불리며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사와 제휴를 통해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제로레이팅은 국내외에서 ‘0원 요금제’ ‘스폰서 요금제’로 불리기도 한다.

제로레이팅을 도입하면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는 데이터 요금을 지불하지 않아서 좋다. 그렇다면 통신사업자의 손해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되는데,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받을 요금을 콘텐츠 사업자에게 받기 때문에 손해가 발행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콘텐츠 제공자는 고객의 서비스 진입 장벽을 낮춰 많은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유익한 면이 있다. 제로레이팅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많은 운전자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던 T맵 등 내비게이션 앱과 카카오T 등 배차 앱이다.

이렇게 많은 이점이 있는데, T맵의 서비스는 왜 제로레이팅을 종료하는 것일까? 이는 T맵 서비스의 제공 주체가 SKT에서 티맵모빌리티로 이관된 데 따른 것으로, 공정거래법상 SKT에서 T맵에 제로레이팅 혜택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SKT에 따르면 사용자가 T맵으로 쓰는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48MB 수준으로, 이는 최근 이동통신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10GB를 넘은 데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유는 있지만 월간 이용자 수 1천300만명, 시장 점유율 70%에 달하는 T맵의 이번 조치에 대해 사용자들은 불만을 품기도 한다. 그동안 제로레이팅을 통해 확보한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서비스 운영비를 절감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내비게이션을 많이 쓰는 운수업 종사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상 온종일 내비게이션을 켜놓는 이들의 경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자칫 요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

이에 대해 SKT는 "T맵을 가장 많이 쓰는 택시 기사들도 T맵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약 85MB일 정도로 내비게이션 서비스의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다"며 "그렇지만 고객 불편을 막기 위해 앞으로 6개월간 T맵 사용자에게 데이터 100MB를 추가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카카오T 역시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월정액을 내면 배차 혜택을 주는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택시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가 자사 가맹 택시에 배차를 우대한다는 '콜 몰아주기' 논란을 거듭 제기하고 나섰고, 나아가 호출 중개 서비스를 유료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이번 서비스를 내놨다고 주장했다.

통신사와 서비스 제공 업체가 협력해 소비자에게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하는 제로레이팅. 소비자들은 이번 T맵과 카카오T 제로레이팅 종료 또는 유료서비스 출시에 대해 이들이 무료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모아 시장을 장악한 뒤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는 등 플랫폼 업체의 지위를 남용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처럼 플랫폼 업체들이 처음에는 제로레이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뒤 이를 무기로 유료화를 강행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과 함께 장기적으로 5G 부가 서비스 및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