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픽션사극은 허구로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많다고 할지라도 사극의 특성상 시대적 배경과 인물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칫 잘 못된 연출과 이야기는 역사왜곡이라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최근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방영한지 2회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광고주들이 잇달아 ‘손절’에 나서고 있다. 장소 지원 등을 약속했던 지자체도 계약 철회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 그동안 역사왜곡으로 논란이 된 사극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 번째, 청원까지 올라온 논란의 드라마 <조선구마사>

[사진 /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 공식포스터]

22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에서는 훗날 세종대왕이 되는 충녕(장동윤 분)이 의주 근방의 명나라 국경 부근에서 구마 전문 신부 요한(달시 파켓 분)과 통역 담당 마르코(서동원 분)를 접대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문제는 바로 이 장면이었다. 여기서 중국 음식인 월병과 피단(오리 알을 석회 등이 함유된 진흙, 왕겨 등에 넣어 삭힌 것), 중국식 만두 등이 등장해 역사를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 또 태종(감우성 분)이 아버지 이성계의 환시를 보다가 백성들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장면까지 등장하면서 조선건국사를 왜곡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조선구마사> 드라마 제작지원사, 광고주 목록을 적은 메모 파일을 공유하면서 ‘광고 철회 요구’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광고주들이 광고 철회를 결정하고 있다.

두 번째, 역전승 거둔 <철인왕후>...논란은 여전

[사진 /  tvN ‘철인왕후’ 공식포스터]

드라마 <철인왕후>는 방영 전 중국 원작소설 작가의 혐한 이력부터 역사 왜곡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코믹 판타지 사극의 한계를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논란이 커지면서 방영을 중단해 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지만, 방송 마지막 회의 자체 최고 시청률은 17.4%를 경신하며 역대 tvN 드라마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방영 내내 역사왜곡 논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픽션’이라는 명목으로 실존 인물과 국격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선 철종시대를 배경으로 삼으면서 ‘술 게임 노래’에 종묘제례악을 삽입하고, 조선왕조실록을 두고 ‘한 낱 지라시’라고 칭하는 대사, 조대비(조연희 분)가 철종(김정현 분)과 김소용의 잠자리를 노골적인 손짓으로 표현하는 등의 장면은 역사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세 번째, 제작발표회부터 논란 된 역사왜곡 <기황후>

[사진 / MBC ‘기황후’ 공식포스터]

픽션사극으로 역사왜곡 논란이 있었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지난 2013년 방영한 <기황후>가 있다. <기황후>는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역사왜곡 화두가 가장 이슈였는데, 고려 공녀라는 신분에서 원나라의 제1황후의 자리에 까지 오른 고려 여인 기황후의 일대기를 다룬 기황후라는 인물의 엇갈린 역사적 평가와 원나라가 배경임에도 변발을 하지 않은 점, 고려시대 최고의 폭군 충혜왕을 영웅적 인물로 미화시키며 각종 왜곡논란에 시달렸다.

이중 가장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은 한순간에 충혜왕을 고려의 성군으로 탈바꿈시킨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충혜왕은 새어머니와 장모를 겁탈할 뿐 아니라 주색과 살인을 일삼는 등 각종 악행을 저질러 백성들의 원성을 사다, 원에 의해 폐위된 왕인데, 이를 무시한 채 원나라에 맞선 자주적 왕으로 설정, 기황후(하지원 분)와 원나라 황제 순제(지창욱 분)와 함께 삼각관계를 이루는 것으로 그리며 많은 누리꾼의 질타를 받았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결국 <기황후> 제작진은 문제의 충혜왕을 가상의 고려왕으로 설정, 왕유로 이름을 변경했다.

‘허구로 만들어진 픽션 사극’은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기 좋은 소재이지만 그만큼 역사왜곡 논란에서도 쉽게 벗어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지금 한창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조선구마사>가 과연 어떻게 이 난관을 해쳐나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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