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도자기를 사용한다. 식사를 위해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부터 물을 마시기 위해 집어 드는 머그잔까지 일상 곳곳에 도자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도자기를 고를 때 사람들은 가장 먼저 디자인을 보곤 한다. 어떤 색감의 그림과 무늬가 들어갔느냐에 따라 도자기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도자기에 그림을 담는 과정이 바로 ‘도자기페인팅’이다. 도자기페인팅의 주재료인 초벌 기물과 안료는 그 질감부터 색감까지 도화지와 물감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한 번 그리고 나면 전시용으로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매일같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특별한 이미지를 도자기에 담으려는 사람도 많다.

이에 관하여 수원 영통구 원천동에서 ‘가을담은’을 운영하는 정소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가을담은의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어려서부터 친구들보다 강아지 고양이들이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이후 도자기라는 새로운 취미를 가지게 되면서 전통의 멋과 현대의 멋이 함께하는 도자기에 동물을 그려내는 것이 더 많이 와 닿았다. 학교 다닐 때 미술시간은 달갑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두 손으로 만들어 내는 핸드메이드(Hand made)를 좋아하면서 더 가깝게 도자기에 다가가기도 했다. 내가 만든 도자기에 내가 만든 음식을 담아내고 싶은 것이 어느새 꿈이 되며 간판 이름처럼 이루어 가는 과정을 만들어 내고 있다.

Q. 가을담은의 주 서비스를 소개해 주십시오.

A. 가을담은은 도자기페인팅이 중심이다. 사실 도자기라고 하면 도예나 물레가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도자기페인팅은 조금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이곳에서는 내가 매일 사용하며 피부와 맞닿아 사용할 수 있는 내 가족의 식기에 원하는 이미지를 담을 수 있다. 종이에 그려내어 액자나 그림으로만 걸려있는 그림보다 한층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가을담은을 찾아 주는 분 중에는 식기에 반려동물의 모습을 담으려는 분이 많다. 요즘은 결혼이나 출산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며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반려인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현재 키우는 반려견부터 시작해서 무지개다리를 건너 그리워하시는 펫로스 가족분들까지 다양하다. 사랑하는 마음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이야기와 함께 주문해 주시면 그 마음 가득 담아 내가 그려내기도 한다. 나의 또 다른 가족 반려견과 함께 건강한 식기에 음식을 담아내는 일이 따뜻하게 느껴지게 되더라.

도자기는 크게 식기라고 말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그릇이 있다. 원하시는 모양이나 사용하실 용도에 따라 그릇을 결정하면 그림이나 사진을 통하여 작업을 진행한다. 되도록 추억이나 사랑 그리움을 통해 내가 느끼는 마음을 담아 작업한다. 애견 도자기 같은 경우 애견의 털의 질감이나 털의 표현, 배경에 따라 같은 그림에서도 다른 느낌이 풍기도록 담아낸다. 나의 가족 식기는 식구들의 성격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나의 식기와 반려동물의 식기를 똑같은 그림으로 그려내어 전해드리면 가족 못지않은 끈끈한 정을 느끼신다고 말씀해 주신다.

Q. 그림 실력이 없거나 반려동물이 아닌 다른 이미지를 원하는 경우도 가능한가.

A. 물론 가능하다. 신생아 식기, 손도장 발도장부터 시작해서 눈이 노화가 오셔서 그림이 어려운데 가능할지 문의 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아가가 태어나면 병원에서 손도장 발도장을 출생 신고서 종이에 찍어준다. 나도 발도장을 아직 갖고 있는데 반짝이는 새하얀 도자기에 담아내니 지문 그대로 멋스러운 아기만의 도자기가 완성되더라. 이렇게 우리 가족만의 식기를 그림 실력 없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

Q. 여타 유사 업종과 비교해 볼 때 가을담은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이곳은 전기공사를 제외하고는 그릇부터 벽 선반 하나하나까지 다 나의 손으로 만들어 낸 셀프 인테리어 공간이다. 그만큼 더 애정 있게 준비했고 1분 1초가 너무 감사한 시간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식기와 일반 식기를 함께 다룬다는 점도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그릇을 만들거나 파는 곳은 그릇가게 아니면 애견용품점 이렇게 나누어 불린다.

그러나 나는 건강한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을 반려용품과 사람용품으로 따로 구분 짓는 것이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 애견도자기를 만들어 내는 곳에 애견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사람과 동물이 유대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공부라고 생각한다. 말투나 사진만 보아도 어떤 그림을 그려내어 전달해 드릴 수 있을지 감이 오더라.

Q.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가을담은이라는 이름처럼 ‘가을’이라는 이름과 반려견과 함께하고 있다. 임시 보호를 통하여 만난 아이들이 입양까지 이어졌다. 내가 느끼는 감정만큼 도자기페인팅을 체험하시는 분들, 주문 주시는 분들도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더 신경 쓰고 있다.

한번은 사진에 담긴 반려견을 늘 곁에 두고 싶어 하는 고객님을 뵈었던 적이 있다. 나와 반려견의 식기를 세트로 맞추고 같은 식기로 사용하시며 다른 그 어떠한 그릇으로 나누지 않으신다고 했다. 우리 가족의 식기라고 생각해 더 깨끗이 닦아주고 건강한 음식을 담아 나누어 먹는 일이 행복하다며 너무나 좋아해 주셨다.

애견을 그려낼 때와 다르게 음식을 전공하여 주문 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리고 아직도 젊은 감각으로 전통 디저트를 가르쳐 내는 멘토님이 계신다. 공방을 운영하기 전부터 몇 개월을 기다려 주시고 얼마 전 완성본을 전해드렸다. 솟대를 너무 좋아하시는 분이라 닉네임도 나무기러기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계신다. 늘 손님들과 함께하는 수업시간에 사용하실 머그잔을 주문 주셨는데 솟대 이미지를 주고받으며 결정했다.

최종적으로는 나무기러기 직인을 손수 작업해서 머그잔에 담아 드렸다. 머그잔의 앞면 뒷면을 볼 때마다 너무나 아이디어 좋으셨다고 차 마실 때마다 내 생각이 나신다고 하셨다. 이처럼 그릇 이상으로 도자기는 사람의 마음까지 담아낸다.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멋스러운 도자기라 즐기면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Know-how)를 말씀해 주십시오.

A. 호기심과 취미로 시작한 도자기페인팅은 취미라 단기간에 그만둘 수 있는 가벼운 활동처럼 느끼기 쉽다. 그러지 않기 위해 언제든 붓을 들 수 있는 곳, 가마가 있는 이곳에서 내가 만들어 낸 그릇들에 그림을 그려 왔다. 내가 만든 음식으로 온 가족이 식사하는 자리 그 큰 그림을 오랫동안 그려온 것이다. 이 근처에서만 2년 이상을 공방 자리를 많이 보고 다녔는데 애견도자기 공방으로 함께 이용하고 싶어서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이곳으로 결정했다.

Q. 가을담은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우리 가족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유대감과 정을 쌓을 수 있는 공간, 가족 안의 애견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싶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언제든 문을 열고 들어오면 우리 가족 모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쟁이’와 ‘~장이’는 비슷한 말이지만 뜻은 상반된다고 한다. 사람의 나쁜 버릇이나 독특한 습관, 성질이나 성격을 담아내는 그림쟁이가 아니라 나만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그림장이가 되는 것이 꿈이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도자기라 말하면 너무 올드하고 도예나 물레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런 분들께는 도자기가 종이나 스마트폰에 끄적이며 적는 작은 메모처럼 도자기 역시 생각을 그대로 담아내는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며 쉽게 다가와 주셨으면 좋겠다. 남자는 두드리기 어려운 문, 아이들만 체험하는 곳이 아니다. 나 또한 수강생분들, 주문 주시는 분들과 같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가마에 넣고 나오는 시간까지 기대하며 기다리는 미학도 함께 배워 나가게 되는 매력적인 취미가 도자기페인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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