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최윤수 수습] 진경이네 집은 명절 때만 되면 많은 친척 가족들로 붐빈다. 사랑을 듬뿍 받아온 진경은 어릴 때부터 친척들로부터 세뱃돈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세뱃돈은 받는 즉시 나중에 크면 돌려준다며 부모님이 모두 가져갔다. 그러다 진경은 올해 대학생이 되었지만 어김없이 친척들에게 받은 용돈은 부모님에게 돌아갔다.

화가 난 진경은 부모님에게 나중에 돌려주기로 했으니 이때까지 받은 세뱃돈을 모두 돌려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 돈을 다 진경이를 위해 썼으니 없다고 말한다. 결국 진경은 부모님을 상대로 세뱃돈 반환 소송을 걸기까지 했다. 이런 경우, 진경의 부모님은 세뱃돈을 반환할 의무가 있을까?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미성년자는 민법상 행위무능력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단독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가 없고, 법정대리인인 부모 즉, 친권자가 미성년자를 대리하여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 

부모는 미성년자녀의 재산에 관하여도 법률행위의 대리권이 있으므로, 미성년자녀의 재산을 부모 마음대로 처분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우리 법원은 ‘그 행위의 객관적 성질상 친권자와 그 자녀의 사이 또는 친권에 복종하는 여러 명의 자녀 사이에 이해의 대립이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이행상반행위라고 정의하고, 이에 위반되는 행위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로 보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이해상반행위가 아니더라도 친권자가 법정대리권을 남용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부정하고 있다. 친권자에게 자(子)를 대리할 권한을 수여한 법의 취지에 현저히 반한다고 인정되는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친권자에 의한 대리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73731 판결)’라고 판시한 바 있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부모는 미성년자녀에게 나중에 크면 세뱃돈을 돌려준다고 약속한 다음 이에 반하여 부모 혹은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사용한 경우에는 이행상반행위 또는 대리권의 남용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자녀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한 경우에는 적법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자녀가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부모나 제3자의 이익을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명절에는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세뱃돈이 오가는데 돈으로 가족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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