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해오름달’이라 불리는 1월이 지나가고 어느덧 ‘시샘달’인 2월이 다가오고 있다. 숫자대신 순우리말로 표현한 ‘해오름달’은 새해의 첫 달이란 뜻이며, ‘시샘달’은 잎샘 추위와 꽃샘 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을 말한다. 

한자어가 아닌 순우리말은 조금 생소하긴 하지만 우리나라만의 특유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그렇다면 날씨와 관련된 아름다운 순우리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겨울의 ‘눈’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순우리말이 있다. 밤 동안 조용하게 몰래 내린 눈은 ‘도둑눈’이라 부른다. 또 하얀 눈 위로 발자국 하나 없는 깨끗한 상태의 눈을 ‘숫눈’이라 부른다. 

그리고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온 눈을 ‘자국눈’이라 하며, 발목이 푹 빠질 만큼 쌓인 눈을 길이 단위인 자(한 자=약 30.3㎝)에 빗대어 ‘잣눈’이라 부른다. 또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을 ‘함박눈’이라 부르며, 나뭇가지에 꽃이 핀 것처럼 얹힌 눈을 ‘눈꽃’이라 부른다.

다음은 ‘비’와 관련된 순우리말을 살펴보자. 먼저 ‘여우비’는 햇빛이 비치는 날에 잠깐 내리다 그치는 비를 말한다. 또 ‘웃비’는 한창 내리다 잠시 그친 비를 뜻한다. ‘가랑비’는 조금씩 내리는 비로 이슬비보다는 굵으나 가늘게 내리는 비를 말한다.

또 ‘꿀비’는 농사짓기에 적합하게 내리는 비를 말한다. ‘도둑비’는 예기치 않게 밤에 몰래 살짝 내리는 비를 말한다. 재밌는 순우리말에는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적게 오는 비를 말하는 ‘먼지잼’, 추수가 끝나 떡을 해 먹으면서 여유 있게 쉴 수 있다는 의미인 ‘떡비(가을비)’가 있다.

다음 순우리말로 ‘바람’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아보자. 순우리말로 동쪽은 ‘새쪽’이라 부르고, 서쪽은 ‘하늬쪽’이라 한다. 따라서 봄에 새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샛바람’, 가을에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하늬바람’이라 부른다.

그리고 남쪽은 ‘마쪽’이라 하는데, 마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마파람’이라 부른다. 이는 여름에 남쪽에서 수증기를 머금은 바람이다. 그리고 북쪽은 ‘높은 쪽’이라 해서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높바람’이라 부르는데, 이는 한겨울에 춥게 불어서 ‘된바람’이라고도 한다.

기상현상과 관련된 예쁜 순우리말도 많다. 먼저 ‘무리’는 빛이 공기 중에 있는 수증기에 굴절되어 해나 달 주변에 동그랗게 나타나는 테두리를 말한다. 해 주변에 테두리가 나타나면 ‘햇무리’, 달 주변에 테두리가 나타나면 ‘달무리’라고 부른다.

그리고 ‘찌물쿤다’는 날씨가 물체를 푹푹 쪄서 무르게 할 만큼 매우 더워진다는 의미이며, ‘다사하다’는 조금 따뜻하다는 말이다. 또 약간 갑갑할 정도로 훈훈하게 덥다는 ‘훗훗하다’라고 하며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득하다’, 바람이 맵고 차다는 ‘맵차다’고 말한다.

이렇게 순우리말이 간혹 낯설게 느껴지긴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요즘 자주 내리는 눈을 보고 얘기할 때 “함박눈이 내려 눈꽃이 쌓였어”라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 예쁜 순우리말로 말해보면 이해하기도 더욱 쉬울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