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경기도의 한 보건소에서 임산부에게 선물을 담아 나눠준 봉투가 온라인상에서 한동안 논란을 빚어 화제를 모았다. 이 논란은 지역 맘카페로 추정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언급됐다.

해당 봉투에 쓰인 문구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용인시 수지구보건소에서 지급한 ‘임산부 봉투’는 지난 2017년 민선 6기 모자보건사업의 일환으로 엽산제·철분제 등 영양제를 지급할 때 임산부들을 위해 제작한 비닐봉투를 말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비닐봉투 앞면에는 태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조선시대 최초의 태교서인 ‘태교신기’에서 발췌한 구절을 넣어 인쇄했다. 한 네티즌은 지난 6일 문제가 된 보건소 봉투 사진과 함께 "보건소 임산부 등록하고 주는 선물 담아준 봉투에 이런 글이 있어서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사주당의 삶'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스승님의 십년 가르치심은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만 못하고,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은 아버지의 하루 낳아주심만 못하다"고 적혀 있다. 이는 조선시대 여성 실학자인 이사주당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겪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저술한 책 <태교신기>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이 책은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쓰인 것이지만, 일부 인용된 내용이 현 시대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 네티즌이 올린 글에는 "세상에, 너무 불쾌하다", "저런 건 누가 만드는 걸까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댓글이 이어졌다.

논란이 된 해당 문구는 ‘임신 과정에 있어 아버지의 정결한 몸과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앞뒤 설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만 발췌해 인용하다 보니, 태교의 중요성보다는 도리어 아버지의 사랑만 강조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어 민선 7기에 들어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물품 재고 정리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비닐봉투가 지급된 것이 확인됐으며, 시는 오해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깊은 공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물품을 전량 폐기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문맥의 흐름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다만, 태교신기 속에 담긴 글의 본래 취지와 뜻에 대해서는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민선 7기에서는 시민 여러분의 감성까지 헤아리는 정책실현을 위해 모든 사업에 더욱 세심하고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제가 생긴 봉투가 임산부에게 전달된 경위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모든 임산부에게 지급된 건 아니었고, 엽산제나 철분제 등을 받아가시는 분 중에 보관할 가방이 없거나 봉투를 요청하시는 분에 한해서 제공하고 있다"며 "(해당 임산부도) 괜찮다고 해서 받아 가신 것"이라고 해명하며 논란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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