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검찰수사권을 없애겠다는 범여권 인사의 서약이 줄을 잇다, 반대로 줄줄이 취소 행보를 보이고 있다. 1년 정도 남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검찰수사권을 완전 폐지하도록 입법을 완수하겠다는 내용의 이 서약 운동은 ‘파란장미 시민행동’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친문성향 단체인 파란장미 시민행동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지난 2019년 말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개혁법안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찬성서약을 받기도 했다.

단체의 이름이 왜 파란장미일까?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아무래도 파란장미의 꽃말인 ‘불가능’에 의미를 두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여러 가지 색의 장미는 존재하지만 완벽한 파란장미는 불가능의 상징이다. 장미에는 파란색을 내는 ‘델피니딘’이라는 유전자가 전혀 함유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파란 색소를 만드는 효소가 없기에 장미는 아무리 교배를 반복해도 파란 장미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파란장미는 ‘불가능’이라는 꽃말을 가지게 되었고, 불가능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의 모임은 ‘파란장미 시민행동’으로 명명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불가능을 극복하기 위한’ 완벽한 파란장미를 만들기 위한 과학계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1945년 파란장미 제1호 ‘그레이 펄’이 등장하고, 1957년에 ‘스털링 실버’, 1964년에 ‘불루 문’ 등이 개발되었으나 실제로는 연보라색을 띠고 있어 완벽한 파란색은 아니다. 그리고 2004년 6월 일본의 식음료 기업인 산토리홀딩스가 약 20년의 연구 끝에 파란장미 개발에 성공했으나 이 장미 역시 자세히 보면 이전의 파란장미와 마찬가지로 연한 보라색을 띄고 있어 ‘가장 가깝다고’ 인정될 뿐 완벽하지 않다.

이처럼 ‘불가능’이라는 꽃말의 파란장미 시민행동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검찰청 수사권 없애기 서약 운동은 각 의원실에 전화·문자를 통해 서약서 서명을 요청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파란장미 시민행동 단체는 지난 7일부터 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 20여명에게 전화·문자로 연락을 취해 서약문을 제출하고 SNS에 게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지난 10일 기준 '파란장미 시민행동'에 따르면 민주당 김용민·이수진·장경태·황운하 의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김진애·강민정 의원이 이 같은 서약에 동참했다.

그런데 파란장미 시민행동의 서약 운동이 돌연 취소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파란장미 시민행동의 권유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찰수사권 완전 폐지' 서약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잇달아 서약서를 SNS에서 삭제하고 있는 것.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에서 다수의 의원이 이 단체의 취지에 공감해 서명에 동참했지만, 서약에 동참하지 않은 의원들을 향한 비판과 공격이 나오면서 의도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고, 이에 서약에 참여했던 의원들이 서약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장경태 의원은 지난 12일 "취지와 무관하게 서약 동참 여부를 검찰개혁 의지와 동일시해 일부 우려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이에 작성했던 서약서를 부득이하게 내리게 됐다"고 양해를 구했다. 함께 서약서를 SNS에 게시했던 김용민·김남국 의원도 서약서를 삭제한 뒤 같은 취지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김용민 의원은 역시 페이스북에서 "서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검찰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며 "그러니 서약서 작성에 따라 검찰개혁에 동참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지 마시고 의원들이 검찰개혁에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 계속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불가능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파란장미 시민행동’. 그들의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찰수사권 완전 폐지' 서약 운동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찬성과 반대 끊임없는 논란을 빗고 있는 이들의 앞으로의 행보는 또 어떤 이슈를 몰고 올지 정치권과 여론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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