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최윤수 수습] 병철네 부부는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시골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그리고 집 앞에 10년 동안 비어있는 공터가 있어 그곳에 부모님의 집을 짓기로 한다. 10년 동안 아무도 오지 않고 인적조차 없어 주인이 없는 땅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 달간 공사가 끝나고 드디어 집이 지어졌고, 10년 동안 집에서 거주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한 남성이 부모님의 집이 지어진 땅이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며 한 장의 서류를 보여주었고, 당장 집을 철거하라고 말했다. 병철은 10년 동안 봐오다 주인이 없어 집을 지었고 또 10년 동안 잘 살다가 왜 이제 와서 소유권을 주장하냐고 되물었다. 이런 경우, 병철은 땅의 주인 말대로 집을 철거해야만 할까?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병철은 철거를 해야 한다. 땅 위에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해당 대지를 점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땅을 점유하고 건물을 지으려면, 그 땅의 소유권이나 지상권·임차권 등 ‘점유할 수 있는 권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유권원을 갖추지 못한 채로 건물을 짓는다면, 그 건물은 철거의 대상에 해당된다.

다만, 민법상 ‘취득시효’라는 것이 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으며 법적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진정한 권리자가 아니다 하더라도 일정한 사실이 지속되는 경우 권리를 취득하게 해주는 제도이다. 이 ‘취득시효’의 요건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해야만 한다.(민법 제245조 제1항)

이 사례에서 병철은 소유권에 대한 등기부상의 확인도 없이 단지 공터라는 이유만으로 점유하였는바 악의의 무단점유에 해당하고, 더구나 20년을 채우지 못한 10년밖에 점유하지 못하였으므로 취득시효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땅 주인 말대로 집을 철거해야만 한다. 

우리 판례에서는 ‘악의의 무단점유’ 즉, 점유자가 점유를 할 당시 소유권 취득을 주장할 만한 법률 행위도 없고 그 요건을 알면서도 무단점유를 했다면 ‘자주점유’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이러한 경우에는 취득시효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것도 없는 땅이라고 할지라도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서류상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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