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 디자인 이고은 수습] 우리 주변에는 숫자를 편리하게 입력하기 위한 도구들이 있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고유한 번호를 통해 상호 간의 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전화기, 여러 가지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계산기, 컴퓨터의 입력장치 중 하나인 키보드의 숫자판이다.

그런데 숫자판이라고 해서 배열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계산기, 키보드 전화기 숫자판은 모두 숫자 0이 맨 아래 있는 것은 공통이다. 그런데 전화기 숫자판 배열은 키보드, 계산기와 다르게 맨아래에서 위까지 역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왜 전화기의 숫자판 배열만 다른 걸까?

여기에는 여러 주장들이 나오는데 가장 설득력이 강한 것은 먼저 계산기 키패드의 숫자 배열 패턴이 19세기 후반의 현금등록기 사용법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과거에 현금등록기는 돈을 계산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숫자 '0'을 쉽게 누를 수 있도록 맨 아래에 놓이도록 설계했다. 다음 윗줄부터 1~9가 올라가면서 배치되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이 0과 가장 가까운 곳에 1,2,3 버튼을 배치해야 가장 사용이 편리했기 때문이다.

이후 탁상용(휴대용) 전자계산기가 발명되었는데, 자연스럽게 이 현금등록기의 숫자 배열을 따르게 되었다.

한편 전화기가 초기 숫자판을 돌리는 다이얼 방식에서 버튼을 꾹꾹 누르는 누름단추식으로 진화했을 때에는 숫자판의 배열 방식이 달라지게 되었다. 

1960년대 초 누름단추식 전화기를 개발한 벨 연구소는 '누름단추식 전화기 설계와 인간 공학 디자인'이라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최적의 숫자판 배열을 찾기 위해 몇 가지 연구를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맨아래에 0을 놓되 3행 3열로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1~9가 놓인 것을 가장 편리하게 생각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후 터치폰 스크린으로 바뀌면서, 이 전화기의 숫자 배열을 그대로 이어오게 되었다.

한편 키보드의 숫자판 배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전자기기인 계산기의 숫자판 배열을 따르게 되었다. 이러한 배열은 국제표준의 권고사항으로 제정되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제표준을 준용해서 키보드를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비슷하지만 다른 숫자판의 비밀! 여기에는 사람들의 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하려는 공학자들의 노력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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