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지난 11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국내외 공동 연구팀이 비만에 의한 세포질 혼잡이 24시간 생체리듬을 교란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인체는 생체시계인 '서캐디언 리듬'을 작동시키며 생체시계에 맞게 호르몬이 분비돼 체온이나 혈압, 식욕, 수면 등이 알아서 조절되는 것이다.

‘서캐디언 리듬’은 24시간 낮과 밤의 변화에 맞추어 모든 생물체의 내부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생리·화학·행동상의 흐름을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 식물의 경우 완전히 어두운 암실에 놓여도 기공이 하루 주기로 열리고 닫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며칠 동안 빛 또는 어둠 속에 놓아도 약 24시간 간격으로 고유의 현상을 유지한다.

[사진/Pxhere]
[사진/Pxhere]

우리 몸에서는 뇌 속의 PER 단백질이 서캐디언 리듬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며 12시간 동안은 증가했다가 나머지 12시간은 감소하며 24시간 주기로 변하게 된다. 12시간 동안 세포질에 쌓인 PER 단백질이 다시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 PER 유전자의 전사를 방해함으로써 PER 양을 감소하도록 만드는 원리다.

다양한 물질이 존재하는 세포 내 환경에서 어떻게 수천 개의 PER 단백질이 한꺼번에 세포핵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는 생체시계 분야의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았었다. 그런데 이번 연구팀이 PER의 세포 내 움직임을 묘사한 시공간적·확률론적 모형을 개발해 난제를 해결했다.

PER이 핵 안으로 진입하려면 인산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핵 주변으로 PER 단백질이 충분히 모여야 한다. 하지만 비만으로 인해 지방 액포와 같은 불순물들이 세포질 내에 과도하게 많아지는 세포질 혼잡 현상이 발생하면 PER 단백질의 움직임이 방해를 받게 된다. 그 결과 PER 단백질이 핵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불규칙해져 서캐디언 리듬이 불안정해지게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빛 또한 인간의 서캐디언 리듬에 관여한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 기기에서 방출되는 블루 라이트를 장시간 쳐다볼 경우 뇌에서 우리 신체에 멜라토닌 호르몬 생산을 중지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멜라토닌은 우리가 잠을 잘 수 있도록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불면증에 시달리기 쉽다. 잘못된 조명 사용으로 만약 서캐디언 리듬이 깨지게 되면 체중 감소, 성욕 감소, 불면증, 우울증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난다.

사람마다 생체시계는 아침형 인간, 올빼미형 인간 등으로 구분되어 약간 다르지만 서캐디언 리듬 회복을 위한 팁은 다르지 않다. 아침에는 햇살을 쬐는 것이 좋고 일을 할 때도 창문이 있는 근무 환경이 도움 된다. 자기 전에는 휴대전화나 태블릿 PC는 뇌의 생체 시계를 자극하기에 피하는 것이 좋고 수면 시에는 침실을 완전 컴컴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우리가 규칙적으로 수면을 취하게 만들어준 ‘서캐디언 리듬’. 수면뿐만 아니라 순환 기능이나 체온, 혈액 등이 서캐디언 리듬에 따라 작용하고 있기에 규칙적인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사회는 생체 시계의 주기에 혼란을 주는 압력들이 많은 만큼 생체 시계를 잘 맞춰 부정적인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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