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인간에게 가장 익숙한 소재 중 하나다. 특히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의 지형 특성상 나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런 점에서 목공예는 나무에 또 다른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깎고 자르고 붙이는 과정에서 나무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 나무를 매만지는 사람도 작품을 만드는 시간 동안 오롯이 작업에 집중하며 잡념을 내려놓고 쉴 수 있다.

목공예를 배울 수 있는 길은 다양하다. 목공예 학원부터, 공방, 지자체, 기술교육원까지 다양한 곳에서 목공예 수업을 운영하는 등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목공예 공방을 찾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대규모 수업보다 개인에게 초점을 두면서 작업 하나하나를 더욱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그루담을 운영하는 박숙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진주시 그루담의 내외부전경

Q. 그루담의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그루담을 열기 전, 서울에서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해왔다. 고향으로 내려온 이후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스타트업 세미나를 들었고 스타트업에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다. 지난 2019년에는 경남아이디어고도화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그루담을 만들 수 있었다. 특히 경남 진주를 비롯하여 산청, 거제, 창원 등 다양한 스타트업 동기들을 만나 로컬문화에 대한 고민을 나눈 것이 그루담 창업의 배경이 되었다.

그루담은 ‘다양한 나무 즉, 그루에 담겨있는 이야기’라는 의미이고 공간을 생각하는 가구 디자이너가 만든 회사다. 공예와 디자인, 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공예디자인회사라고 할 수 있겠다. 디자인의 프로세스와 공예의 아름다움을 함께 담아내고, 일상 속 로컬 디자인 문화를 만드는 것이 그루담의 목표다. 이를 위해 지역의 이야기와 공예기술을 이용하여 제품디자인 및 공간디자인으로 담아내고 있다.

Q. 그루담의 주 서비스 분야를 소개해 주십시오.
A. 그루담의 사업에는 공예디자인 교육과 디자인컨설팅 영역이 있다. 디자인 프로세스와 공예 가치를 접목한 일상과 관련된 모든 디자인 영역을 다룬다. 먼저 공예디자인 교육에는 가구디자인, DIY 가구, 우드카빙, 초등디자인교육, 중등 목공교육 등이 있다. 이와 함께 공간디자인 및 컨설팅, 인테리어 설계, 전시기획을 하는 디자인 컨설팅도 진행한다.

수업과 함께 그루담만의 자체 브랜드도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 퍼니(Furni), 모노블럭, 우드스티치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가구, 조명, 디자인 소품, 공예품, 문화상품 분야의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일례로 그루담의 브랜드 ‘퍼니’는 2020년 11월에 특허등록이 되었다. 무게조절이 가능한 레버를 당기면서 집에서도 일상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021년에는 브랜드별 크라우드펀딩과 온라인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 그루씩 여러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 공예 디자인 문화를 이루고자 한다.

▲ 진주시 그루담의 수업 및 작업사진과 내부전경

Q. 그루담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과 철학은 무엇입니까?
A. 그루담은 하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 다양성을 중시하고 개인의 경험을 표현하고 다루기 때문에 각자의 집의 모양이 다르듯 형태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서툴고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도 훌륭한 표현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성장’, ‘함께’, ‘담다’와 같은 키워드를 중요시한다. 우리는 개인에 따라 각기 다른 인생의 ‘성장’ 속도가 있고, ‘함께’하는 공간에서 그 시간을 ‘담아’낸다고 믿는다.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Know-how)를 말씀해 주십시오.
A.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 철학이 일종의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2020년 5월, ‘안녕, 그루담’ 이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오픈하였다. 전체 매장의 절반은 카페 겸 쇼룸이다. 뒤쪽공간에서는 그루담 제품개발을 할 수 있는 작업장이 있다. 우연히 카페에 들어왔던 손님이 뒤쪽에서 목공작업실을 보고 원목 가구를 주문하거나, 목공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구조다.

이처럼 목공과 카페를 더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의 철학이 큰 역할을 했다. 기존의 제품을 쇼룸처럼 생각하던 방식에서 공예체험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듯 누구나 일상에서 즐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루담의 철학처럼 이 복합문화공간에서 모두가 자유롭게 목공예를 경험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Q.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2020년 6월쯤 부산에서 도자기 공방을 하시는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2020년 맞춤형 실버 문화복지사업’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부산시 고령층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정서적 안정과 세대 간 교류를 통해 치매 예방이 목적이었다. 마침 실버 세대에 대한 공예용 키트 제품을 준비 중이던 터라 흔쾌히 참여했다.

이날 3~4명의 할머니께서 모여 나무와 가죽끈으로 공예품을 만들 수 있게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았다. 처음에는 굉장히 두려웠다. 겪어보지 못한 세대였고, 그들과 잘 교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1시간여 동안 같이 있으면서 오히려 즐거워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벅차올랐다. 특히 마지막에 손을 꼭 잡으시면서 고맙다고 하시는 모습에서 ‘만남이 그들에게는 더 큰 치유일 수 있구나’를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Q. 그루담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그루담의 목표는 덴마크의 ‘레고’사처럼 창의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는 독특한 장난감을 만드는 것이다. 어렵게만 생각하는 공예와 디자인 프로세스를 융합해 나만의 장난감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앞으로 로컬문화로 활성화하고 그 속에서 지역 내 공예기술을 활용하고자 한다. 공예디자인교육을 다양하게 기획하고 전시하며 제품으로 생산까지 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어릴 때 나는 레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가 없었다. 뒷산에 꺾여있던 대나무를 모아서 형태를 만들고 놀던 기억이 있다. 굴러다니던 돌멩이들과 나뭇가지들을 모아서 놀고는 했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다. 꿈이 많고 뭐든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없는 어린이 말이다. 크면서 점점 현실과 타협하고 진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아이와 마주해보자. 그때의 아이가 무엇을 만들고 싶어 했는지를 말이다. 그루담은 아이들의 진심과 가능성에 대해 항상 생각하며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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