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백성 민(民)이라는 한자에 담겨있듯, 민중이 그린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다. 과거 그림은 왕실과 귀족이 누리는 고급문화였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서 서민들에게도 종이가 보급되면서 본격적으로 민화가 발달했다. 그만큼 백성들의 생각과 정감, 일상생활을 소박하고 꾸밈없이 표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민화의 정신과 감성은 수백 년이 지난 현대사회에서도 이어진다. 민화 특유의 색감과 해학적인 표현에 매료된 사람이 늘면서 민화 작업이 또 하나의 취미로 자리 잡을 정도다. 더욱이 민화는 태생 자체가 직업 화가가 아닌 일반 백성의 손길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실력과 관계없이 누구든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이에 관하여 창원 진해 풍호동에서 물고기자리민화화실을 운영하는 이영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물고기자리민화화실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물고기자리민화화실을 열기 전,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미술교습소를 하며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 그렇게 미술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반대로 나의 그림을 제대로 그릴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러면서 내 그림, 내 작품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그때 알게 된 민화에 크게 매료됐다.

민화에 담긴 한국 고유의 해학적인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이루는 오방색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처음엔 가볍게 취미로 시작했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끝이 없는 민화에 더욱 깊이 알고 싶어졌다. 결국, 무작정 서울로 민화를 배우러 갔다. 그곳에서 만난 선생님이 화실을 권유하면서 지금의 물고기자리민화화실을 운영하게 되었다.

Q. 물고기자리민화화실의 주 서비스를 소개해 주십시오.

A. 화실을 다니시는 주요 연령층은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민화는 다른 그림들과 다르게 따라 그릴 수 있는 ‘본’이 있다. 그렇다 보니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그림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쉽게 그릴 수 있다. 처음엔 옛 그림을 모작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자기 작품을 그릴 수도 있다.

Q. 물고기자리민화화실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물고기자리민화화실에서는 수업이 끝난 후에도 혼자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도록 돕는다. 사실 민화를 포함해 모든 취미 활동은 수업을 받고 나서 선생님의 도움 없이도 혼자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취미 활동이 그렇지 못하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배우고 나서도 정작 혼자 하기가 쉽지 않아 취미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런 분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물고기자리민화화실에서는 혼자서도 색을 조색할 수 있도록 조색노트를 만들게 해 드린다. 조색노트는 자신이 조합해 만든 색상을 나중에도 똑같이 다시 만들 수 있도록 정리한 노트다. 각자 취향에 따라 조색하는 색상이 다르다 보니 개개인의 개성이 보이는 조색노트를 보는 재미도 있다.

Q. 물고기자리민화화실을 운영하는 대표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회원 중 한 분의 남편분이 암 투병을 하게 되면서 회원분이 잠시 화실을 쉬신 적이 있다. 민화를 정말 사랑하시고 열심히 하신 회원님이셨기에 아쉬움이 컸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을 간호하느라 몸이 힘들고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다’라며 연락이 오셨다. 가능하다면 집에서라도 민화를 다시 배우고 싶다고 하셨다.

그날 이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문자로 그분과 수업을 했다. 잠깐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힘든 잡념을 잊게 해주는 시간이라며 정말 고마워하셨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민화뿐만 아니라 취미가 있다는 것 자체가 생활의 활력을 주는 것 같다고 느꼈다.

Q. 물고기자리민화화실의 전망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A. 몇 년 전의 민화와 지금의 민화는 아주 다르다. 민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뀐 것 같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 말 속에 우리 전통적인 그림 민화가 있는 것 같다. 다만 최근에는 그림, 특히 민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지방이라는 제약을 무시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화실에 있는 몇 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청년민화회’를 만들었다. 아직 시작단계라 미미하지만, 앞으로 화실운영과 함께 민화회를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그림을 잘 그리고 싶지만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그림에 부담감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다. 민화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어떤 장르보다 그림에 친해지기 좋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밑그림에 본을 떠서 그리는 모작으로 시작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민화는 여러 길상의 의미가 있는 그림들이 많다. 예를 들어 모란도는 부귀영화를, 연화도는 청렴한 군자를 뜻한다. 호랑이, 닭, 해태, 개 등을 형상화한 문배도는 액을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으며 어변성룡도는 입신출세를 상징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누구나 염원하는 것들이 있다. 염원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민화를 그리며 좋은 의미가 있는 민화의 매력에 빠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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