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신석기 시대부터 만들어졌다고 알려질 만큼 오래된 음식 중 하나다. 최초의 빵은 곡식과 물로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납작한 형태였다. 우연히 반죽이 발효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빵 형태로 발전했고, 고대 그리스에서는 빵을 신을 위한 제물로 바치기도 했다. 화산 폭발로 문명이 사라진 폼페이에서도 화산재에 의해 빵 형태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렇게 오래전부터 서양인은 ‘빵을 먹는 사람’으로, 동양인은 ‘밥을 먹는 사람’으로 구분 지어졌다. 그러나 쌀을 주식으로 소비하는 우리나라에서도 근대 산업 시기를 거치면서 빵 중심의 식문화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일상식으로 빵을 즐겨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사회의 빵은 더는 서구 식생활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없다. 이에 관하여 거제시에서 메러디스빅토리를 운영하는 박찬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거제 메러딕스빅토리 박찬열 대표

Q. 메러디스빅토리의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83년도부터 베이커리에서 일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분야에 몸을 담기 시작한 지 어림 37년 정도 된 셈이다. 사실 처음에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막연하게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열정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 분야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사람이 더 열정적으로 변하게 되더라.

이렇게 오랜 기간 제빵 분야를 연구하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다른 분야와 요리, 제빵 분야의 가장 큰 차이는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재료도 마찬가지다. 어떤 재료를 얼마나 이용해 어떤 방법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모양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재료와 레시피가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정형화된 레시피를 받아서 공장식으로 찍어낸 적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개인 맞춤형으로 만들면서 실험도 해보는 등 새로운 레시피를 끊임없이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베이커리 이름이 메러디스빅토리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러디스빅토리는 영화 ‘국제시장’에서 피난선으로 이용된 군수송선의 이름이다. 이 영화에서 한 명이라도 피난민을 더 실으려고 했던 따뜻한 마음을 빵을 통해 반영하고 싶다. 실제로 대구가 고향인데 온 가족이 대구로 내려온 점도 국제시장 영화와 닮아있다.

Q. 다른 곳과 비교해 메러디스빅토리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모든 빵을 정직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재료만큼은 신선하고 깨끗한 것만 사용하고 관리한다. 밀가루도 유기농으로 쓰고 있으며, 현지 재료를 최대한 그대로 이용하려 한다. 이를 위해 냉장으로 유통하거나 직접 생산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메러디스빅토리의 모든 상품은 당일 제작과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사실 하루가 지나더라도 맛이 크게 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판매해도 무방하다고 자신하지만,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남는 상품을 아까워하지 않고 장애인 복지기관 등에 기부하고 있다. 어려운 친구들에게도 빵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메러디스빅토리의 상품을 만들 때마다 가족이 먹는 음식을 만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마인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인드가 다르면 똑같은 재료와 방법으로 만들어도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 거제 메러딕스빅토리 내외부전경

Q. 메러디스빅토리를 운영하는 대표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하루는 그날의 업무를 마치고 문을 닫고 나가려는 도중 한 고객이 찾아왔다. 아들과 함께 문 앞에서 기다리더니 나를 보고 사장님이냐고 묻더라. 알고 보니 밀가루를 잘 먹지 못하는 아들을 둔 고객이었다. 아들 때문에 속상했는데, 메러디스빅토리의 빵을 아들이 너무 잘 먹는다며 감사 인사를 하러 온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뿌듯했다. 실제로 메러디스빅토리에서는 하루 정도 반죽을 저온숙성해서 판매한다. 이 덕분에 속에 부담이 없는 빵을 만들고 있다.

때로는 부산이나 창원 등 멀리에서도 고객이 찾아오신다. 이분들이 종종 체인점을 낼 생각이 없는지 묻곤 하신다. 아무래도 먼 곳에 사시다 보니 매번 찾아오기가 쉽지 않아 그렇게 물으시는 것 같다. 그런데도 메러디스빅토리의 빵을 먹기 위해 멀리서 찾아와 주시는 고객에게 항상 감사하다.

Q. 메러디스빅토리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한동안은 지금의 매장과 온라인 매장에 집중하고자 한다. 평소에도 온라인 주문이 많은 편인데, 최근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온라인 주문이 더 많이 늘었다. 아무래도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싶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카페 창업을 꿈꾸고 계신 분들에게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냥 카페만 차리면 열에 아홉은 망한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카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반면 베이커리 카페는 성공확률이 높다. 일반 카페와 비교해 더 힘들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유통이 많이 발달해서 그리 힘들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이든 현장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창업하길 바란다.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채 흉내만 내면 결국은 다 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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