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만큼 개인의 심리와 정서 발달은 주변과의 관계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때때로 이 관계를 통해 형성하는 정체성에 문제가 생길 때 우리는 이것을 발달 장애라고 부른다. 특정 질환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관계, 의사소통, 인지 과정에서 발달이 지연되는 문제에 가깝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발달 장애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발달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긍정적인 자극을 토대로 발달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이 사회에 잘 적응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달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정서적인 어려움은 물론, 가족 전체가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인 셈이다.

이에 관하여 부산 대연동에서 도듬심리발달연구소를 운영하는 이은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부산 대연동 도듬심리발달연구소 이은지 대표와 내외부전경

Q. 도듬심리발달연구소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어릴 때부터 자주 시간을 함께 보내던 이모는 내가 고3인 당시 꾸준히 작업치료사로 일하다 교수직을 맡았다. 이로 인해 나도 지체 혹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치료나 재활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했다. 또한,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던 사촌 언니 덕분에 고등학교 시절 종종 봉사 활동을 했다. 봉사 활동의 하나로 아이들을 가르치던 중 소외계층 아이들이 가지는 발달상 문제들도 체감하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과 경험, 그리고 말하기를 좋아하던 성향이 만나 나를 언어치료학과로 이끌었다.

열정적인 신규 언어재활사 시절을 지나 내 전문영역에서만큼은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언어재활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일을 한 지 거의 10년이 되어가던 중에 항상 조금씩 아쉬운 점을 느끼게 되었다. 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도움을 주고 싶었으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생각하던 중 상담과 치료를 하는 사례 대부분이 하나의 영역에서만 벌어진 문제가 아니라고 느꼈다. 

다양한 관점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역동적인 평가와 상담, 치료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안정적인 월급이나 직업을 포기한 창업이었지만 항상 믿어주시고 뒤에서 지지해주시는 부모님들 덕분에 이른 나이에도 불구하고 심리발달센터를 오픈하게 되었다.

Q. 도듬심리발달연구소의 주 서비스를 소개해 주십시오.
A. 발달이 늦은 영·유아,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령기 아동을 주로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심리 정서적 불안을 경험하고 있거나 또래 관계, 사회성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도 도움을 준다. 아동뿐만이 아니라, 1:1 심리 상담을 원하는 성인과 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경우에도 모두 가능하다. 

인지-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는 발달상 다양한 어려움을 겪거나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에게 추천한다. 먼저 언어치료는 의사소통하고 학습하며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언어능력을 포함한다. 의사소통 기능을 하는 비언어적 언어와 말 발달이 늦은 아이들의 발달향상에 도움을 준다. 또한, 유창성 장애로 불리는 말더듬증, 읽기 장애, 학습장애 아동들, 또래 관계나 타인과 원활한 상호작용과 대화를 위한 언어 중재도 포함된다.

감각통합치료는 우리의 신체를 효과적으로 쓸 수 있도록 돕는다. 걷기, 뛰기를 포함한 모든 운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필요한 근육 기능의 운동성을 높이고 감각을 통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체발달이나 운동발달은 아이의 인지를 포함한 전반적인 발달에 지표가 된다. 또 자존감 형성을 포함한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

특정 감각을 과하게 추구하거나 예민성을 보이는 경우 감각통합치료가 필요하다. 단순한 감각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 집중력 부족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하게는 인지, 학습 발달에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밖에 심리 정서적 불안감 해소나 사회성을 위한 1:1 혹은 그룹, 놀이심리치료, 미술 심리치료도 진행한다. 이 치료에서는 심리적인 어려움이나 정서적 문제 등을 놀이 활동 혹은 미술 활동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본인의 감정을 말로써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의 경우 이 치료가 도움이 된다. 간접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심리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감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도 마찬가지로 감정분출과 표현 등이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Q. 도듬심리발달연구소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본 센터는 소장과 치료사의 나이대가 비슷한 편이다. 이런 덕분에 치료사와 소장 간 의견 교환이나 소통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부터 주관적인 관점까지 하나의 사례에 종합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평소 상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과 별개로 전 영역 치료사들이 함께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회의에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각 영역에 상호 도움을 주기 위해 논의한다.

발달과 정서, 심리는 개별적으로 다룰 수 없다. 따라서 치료사는 본인의 영역뿐만이 아닌 다른 영역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다양한 영역이 상호작용하며 개인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아직 발달·심리·언어·인지·학습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치료가 모두 가능할 정도의 역량을 갖추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영역별 지식이 상호작용할 때 아동이나 성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전반에 적응해 성장할 수 있다.

▲ 부산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도듬심리발달연구소의 내부전경

Q. 도듬심리발달연구소 운영에서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과 철학은 무엇입니까?
A. 발달과 정서, 심리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든 심리·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개인이든 가족과 주변인이 함께 해결해야 한다. 도듬심리발달연구소가 모두가 치유 받고 발전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Q. 도듬심리발달연구소 대표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가 있다면?
A. 매 순간 작은 발전에도 보람을 느낀다. 공통으로 보람을 느끼는 건 긴 시간 동안 정이 들며 함께한 대상을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될 때다. 종종 장난삼아 다신 안 보면 좋은 선생님이라며 안 만나기를 바란다는 말로 치료를 종결할 때가 있다. 이처럼 대상들이 우리 도움 없이 잘 성장하며 사회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Know-how)를 말씀해 주십시오.
A. 학위만 따고 센터를 차리겠다는 마음먹은 것이 아니다. 병원, 학교 관련 현장, 복지관, 사설센터 등 다양한 임상 현장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이 시간과 경험이 지금의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Q. 도듬심리발달연구소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한 개인의 발달이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들까지 고려하며 치료와 재활에 임하겠다. 지금 하는 치료 영역 이외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역들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언어치료를 전공한 사람이지만 심리치료 전공 학위과정 중에 있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에서의 지식을 가지고 한 대상자를 위해 최대한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나 혹은 우리 자녀와 가족의 어려움을 혼자 품고 있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마냥 속앓이하기보단 전문 기관을 멀게 생각하지 말고 가벼운 상담이라도 권유한다. 기관 내 치료사들은 무조건 치료를 받게 하거나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아니다. 상담, 치료, 재활로 도움을 주는 전문가들이다. 이런 기관들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가벼운 감기로 병원에 가듯, 혹은 하루 한두 개쯤 가게 되는 학원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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