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경남 거제시의 한 조산원이 입양 수수료를 챙기려고 친부모에게 멀쩡한 아이를 "태어나면서 숨졌다"고 속인 뒤 서류를 꾸며 호주에 입양시킨 사실이 호주의 한 방송사에 의해 밝혀졌다.

호주의 민영 방송사 SBS는 지난 1988년 경남 거제시의 한 조산원에서 영아 매매를 통해 호주로 입양된 한국계 호주 여성 에밀리 윌(가명·24)씨가 23년 만에 다시 그의 한국 친부모를 만나게 된 기구한 사연에 대해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1988년 윌씨가 태어나자마자 이 조산원은 부모에게 "출산 중 아기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후 윌씨를 경남 진주시의 한 고아원에 보냈다. 5개월 후 윌씨는 고아로 분류돼 호주에 입양됐다. 당시 입양 서류에는 혼전 관계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가 양육을 포기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본인의 출생 비밀을 전혀 알지 못했던 윌씨가 양부모 밑에서 자라다가 결혼해 딸을 출산하면서 자신의 출생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시작은 자신의 아이에게 어떤 유전적 질병이 있는지 알기 위해 친부모를 찾은 것이다. 3년여 동안 친부모를 수소문한 윌씨는 지난해 경남 거제의 한 D입양 전문기관 사무소의 작은 방에서 꿈에도 그리던 친부모를 23년 만에 만났다.

그녀는 "친부모가 날 내버린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울먹였다. 그는 한국에서 자신의 뿌리를 하나씩 확인해 나갔다. 먼저 조산원이 작성한 입양 서류와 달리 윌씨의 친부모는 윌씨를 출산할 당시 금슬 좋은 부부였고, 자신이 출산 도중 사망한 것처럼 위장돼 호주로 강제 입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순간 그녀는 "머리가 하얗게 비는 듯했다"면서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건 현실이 아닐 거란 생각마저 들었어요"라고 방송에서 전했다. 윌씨의 양부모 역시 이 소식을 듣고 몸서리쳤다. 자신들의 딸 윌씨가 영아 매매로 입양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출산 과정에서 딸이 죽은 줄 알고 24년을 살아왔던 친부모도 두 딸의 엄마가 돼 나타난 딸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윌씨는 방송에서 "내 친엄마는 눈물 없이 말을 하지 못했고, 그래서 난 더 이상 친엄마에게 다그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윌씨는 또 방송 인터뷰에서 "내 인생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느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해외 입양인 모임인 트랙(TRACK)의 한 관계자는 호주 방송에서 "한국에서 불법 입양은 모두 돈 때문이다"고 전하며, 입양 수수료 때문에 아이의 과거를 세탁해 불법 입양시킨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한편 윌씨는 현재 호주 법무부에 자신의 영아 매매와 강제 입양 사실을 신고했다.


뉴스팀(sisunnews@sisu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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