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제치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의 깃발을 잡으면서 백악관 입성을 앞둔 조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대선 승리로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오르게 된 조 바이든은 풍부한 경험과 대중적 인지도를 기반으로 대권에 도전한지 세 번째 만에 마침내 백악관의 주인이 될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다.

1942년 11월 20일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태어난 그는 올해 77세로, 내년 1월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취임식 기준으로 미 역사상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변호사 경력을 살려 상원 법사위원장을 지냈고 외교위원회로 옮긴 뒤에는 외교위원장을 세 차례 역임, 외교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제공]

조 바이든은 자동차 영업사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4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스스로 넉넉하지 않은 집안 환경에서 시작했다고 표현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흙수저' 출신이다. 어릴 때 펜실베이니아에서 자랐지만, 10살 때 부친이 실직해 인근 델라웨어주로 이주하면서 델라웨어가 제2의 고향이 됐다.

청소년기부터 조 바이든은 당시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들을 보면서 큰 꿈을 키웠다. 바이든 후보는 선거운동 웹사이트에서 마틴 루서 킹 주니어, 존 F. 케네디, 로버트 케네디 등을 예로 들고 "나는 그들의 웅변, 신념, 상상할 수 없는 꿈의 순전한 크기에 휩싸였다"고 밝힌 바 있다. 유년시절부터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동경하며 '큰 꿈'을 키워왔다는 고백인 셈.

잘 알려진 조 바이든의 대중적 인기 요인은 친근하고 소탈한 바이든 후보의 성품이다. 이러한 성품은 고교 시절을 기점으로 형성돼 중대한 정치적 자산이 됐다. 그는 어린 시절 말더듬증이 심해 주위의 놀림감이 됐다. 하지만 운동에 소질이 있어 경기장에서 자신감을 쌓았고 장애도 극복했다. 고교(아치미어 아카데미) 시절 적극적인 스포츠 활동이 전환점이 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에서 풋볼과 야구팀 등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했고 친구들은 그가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교적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아들 헌터 껴안는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제공]

이후 바이든 후보는 델라웨어대에서 역사학과 정치학을 복수 전공했고 이후 시러큐스대 로스쿨에 진학해 졸업한 뒤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변호사로 활동하다 1970년 뉴캐슬 카운티 의원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이후 1972년(만 29세)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해 공화당 현역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미 역사상 5번째로 젊은 나이에 당선된 것이자 현대 미국에서는 최연소 기록이었다. 그렇게 이듬해 1월 30세의 나이로 의정 활동을 시작했다.

조 바이든에게도 여러 시련이 있었다. 특히 안타까운 가족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72년 11월 7일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지 한 달 뒤인 그해 12월 18일 교통사고로 아내 닐리아 헌터와 13개월짜리 딸 나오미를 잃었다. 아내와 딸은 바이든이 워싱턴에 나와있는 동안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오던 길에 변을 당했는데, 차에 함께 탄 두 아들 보와 헌터는 골절상 등으로 크게 다쳐 입원했지만 목숨을 건졌다. 바이든은 당시 충격으로 의원직 사임까지 고려했지만, 주변의 만류로 위기를 넘기고 이듬해 아들들이 입원한 병실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그는 의정 활동에 매진하면서도 여동생 발레리와 가족의 도움을 받아 5년 동안이나 홀로 아들들을 보살폈다. 참고로 영어 교사였던 현 아내 질 바이든 여사와는 1977년 재혼해 딸을 얻었다.

1973년 1월 사고로 다친 어린 아들들이 입원한 델라웨어주 병원에서 상원의원 취임 선서를 하는 조 바이든 [연합뉴스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출마를 준비했지만 2015년 장남 보 바이든이 뇌암으로 사망하자 슬픔에 빠져 결국 출마의 뜻을 접기도 했다. 그의 장남은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을 지낸 인재로, 현직 시절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와도 친분이 있다.

한편, 조 바이든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3번째였다. 198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논문 표절 의혹으로 낙마했고, 2008년 다시 당내 경선에 나섰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돌풍에 밀려 좌절됐다. 그러나 외교정책 분야를 중심으로 한 실력을 인정받아 오바마 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돼 당시 행정부에서 8년 간 부통령을 지낸 바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제공]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 될 조 바이든. 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에 이어 대통령까지, 조 바이든은 많은 난관을 뚫고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델라웨어 출신의 역사상 첫 번째 대통령이 됐다. 누구와도 쉽게 비교되지 않는 관록의 바이든은 정치 '이단아'로 불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척점에 있는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그가 이끄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끈 지난 4년과는 확연하게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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