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미술교육은 소수의 전공 학생들을 위한 입시 미술에 치중되어 있다. 교과목 중 가장 창의력이 요구되는 과목임에도 개성을 죽인 정형화된 결과만을 중시하는 풍조가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학업성취도가 높은 나라이면서도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현재의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가 바로 이 미술교육에 대한 인식에서 드러난다.

진학에 대한 부담이 커지기 전 초등, 중학교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미술수업을 실시하는 것은, 미술이 단순히 그림 실력을 높이기 위한 수업이 아니라 창의력과 표현력을 키우기 위한 과정임을 공교육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미술교육의 목적은 실력을 측정하고 결과물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통해 얼마나 아이들을 내적으로 성장시키는가에 있다.

이에 관하여 프랑스식 커리큘럼 미술수업을 지향하는 의정부시 호원동에 위치한 라흐드비브르 미술아카데미의 최인희 대표를 만나 미술교육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 의정부 라흐드비브르 미술학원의 최인희대표

Q. 라흐드비브르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라흐드비브르는 프랑스어로 ‘삶의 예술’이라는 뜻이다. 아이들에게 세상에 이런 미술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더 정확하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미술이 될 수 있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한국에서 미술을 경험하며 자란 나에게 낯선 프랑스에서 공부하면서 경험한 미술은 알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정해진 답만을 요구하는 한국 교육과 달리 각자의 개성으로 학생들이 가고 싶은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길잡이와 같은 교육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공부해 결국 수석으로 미대를 졸업했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큰 재산인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나가는 것, 그것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것이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자신이 삶의 진짜 주인공이 되는 법을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술에는 돈이 들고 재료는 돈을 주고 사야만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프랑스에서는 주변의 모든 것이 미술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에서 주변에서 구해지는 재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늘 주위를 살펴 재료를 탐구해 미술을 공부했던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Q. 라흐드비브르의 주 서비스 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프랑스식 커리큘럼 미술수업을 한다. 어린이들과 프랑스 유학을 계획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성인 취미반으로도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어린이들에겐 창의 미술을, 성인에겐 맞춤 수업을 하고 있다. 어린이 창의 미술은 프랑스 미술교육커리큘럼을 연령에 맞게 재구성하여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유학 미술은 과거 20대 내가 꿈꿨던 것처럼 프랑스로 미술 유학을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도와 포트폴리오 수업을 지도하고 있다.

Q. 라흐드비브르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프랑스에서는 그림을 잘 그렸나 못 그렸나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과 자기 생각이 담긴 예술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들의 그림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즐기고 만들어낸 결과까지 즐길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수업의 목표이다.

▲ 라흐드비브르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커리큘럼 진행 모습

Q. 라흐드비브르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과 철학은 무엇입니까?

A. 아뜰리에를 오는 모든 아이, 어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드는 행복으로 가득 찬 시간이 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우리는 모두 남의 눈치를 보고 산다. 정작 스스로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도, 혹은 생각하는 방법도 가끔 잊어버릴 때가 있다. 적어도 작업물을 만들면서는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가장 많이 생각하라고 당부한다. 자신의 깊은 속에서 꺼내놓는 혹은 만들어내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하는 공간이 되고 싶다.

Q. 라흐드비브르를 운영하며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가장 큰 보람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변화이다. 잘 웃지 않는 아이가 이곳에 와서 잘 웃기 시작할 때, 표현이 서툴던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할 때처럼 말이다. 아이들의 변화가 너무 사랑스럽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긍심도 갖게 한다.

성인 수업의 경우엔 한국 교육에서 지친 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 존재하는 나이,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길을 먼저 걸은 인생 선배이자 선생으로서 같이 고민하며 응원해주고 있는데, 그 친구들이 성장통을 이겨내 본인들의 꿈을 향해가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뿌듯하다.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Know-how)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매 순간 진심을 다하는 것이다. 남들과 똑같은 것을 가르치지 않고 모두의 다른 생각과 시선을 존중함으로써 각자의 색깔과 매력을 지켜주고자 노력하는 진심 말이다. 우리는 다 같이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이긴 하지만, 모두가 다 똑같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여름엔 아이들이 배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함께 배를 만들어 뒷산에 올라 얕은 계곡에서 배를 띄워보기도 했다. 요즘은 일상을 빼앗긴 아이들에게 힘을 주고자 정원에서 미술대회를 열어 즐거운 추억도 만들었다.

Q. 앞으로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나와 함께하는 아이들은 자라면서 머릿속의 상상들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으면 한다. 표현에 자유로운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미술 안에서 열심히 돕는 아뜰리에가 되고 싶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남이 아닌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우리는 모두 예술 안에서 살고 있다. 생각에 조금의 숨을 불어 넣어 생각을 예술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끄적인 낙서 한 장에도 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면 그것 또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예술, 예술의 삶, 그런 삶이 모두의 삶이길 바란다. 내가 꿈꾸는 라흐드비브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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