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윤수 수습] 지난 2006년 개봉해 큰 화제를 모았던 영화 ‘타짜’. 동명의 만화를 소재로 한 도박 소재의 이 영화는 서로를 속고 속이는 도박판과 삶의 비정함을 잘 반영해 현재까지도 잘 만든 영화로 불리고 있다. 영화 속에서 숱하게 패러디 되었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 주인공 정 마담(김혜수)이 도박판에서 상대 남성 도박꾼들의 정신을 쏙 빼놓고 혼란을 주기 위해서 짜여진 신호에 맞춰 ‘속옷’을 일부러 보이는 행동이었다. 이러한 정 마담의 행동에 상대 남성 도박꾼들은 주의가 분산되며 속임수에 빠져들곤 했다.

이처럼 상대의 주의를 분산시켜 혼란을 주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취하려는 행동은 실제 삶 속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를 전문 용어로 ‘레드 헤링(red herring)’이라 부른다.  

‘레드 헤링’은 색이 붉은 훈제 청어를 가리키는 말로, ‘상대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본래 훈제 청어는 아주 강한 냄새를 지니고 있다. 사람은 물론 후각이 발달한 개들의 경우 훈제 청어 냄새를 맡으면 아주 강한 자극으로 본래의 목표를 상실할 정도. 이러한 이유로 청어를 자주 접하는 유럽의 죄수 또는 도망자들은 탈출 전에 감시견의 후각을 따돌릴 심산으로 훈제 청어를 몸에 비비거나 지니고 다녔다고 알려진다.  

이러한 특성에 기인해 ‘레드 헤링’은 어떤 논쟁이나 경쟁 구도에 놓인 사람들이 상대의 논점을 흐리고 주의를 분산시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려 할 때 하는 ‘거짓신호’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특히 언쟁 중 논리력이 소진되거나 자신의 잘못이 명백할 때 ‘레드 헤링’을 이용해 상대방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 위기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접촉 사고 시 가해자가 느닷없이 ‘너 몇 살이야?’를 외치는 경우, 또는 개그의 한 장면 중 ‘어 저거 뭐지?’ 하며 뒤를 돌아보게 하곤 상대의 음식을 빼앗아 먹는 경우 등이 있다.

레드 헤링은 경제학에서도 ‘판단을 흐리게 하는 거짓 신호’ 정도의 의미로 사용된다. 특히 새로 생겨난 기업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 그럴싸한 수식들과 자랑들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투자자를 현혹하는데,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 경고의 의미로 ‘레드 헤링’을 언급하며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권하기도 한다.

정치권에서 역시 레드 헤링은 다양한 부분에서 이용된다. 일말의 파문을 덮기 위해 여론의 시선을 돌리려 거짓 뉴스를 언론에 유출시키는가 하면, 사안과 관계없이 상대에 대한 무분별한 들추기를 해놓곤 거짓으로 판명되면 나 몰라라 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또한 자신의 주장 또는 입법을 관철시키기 위해 여론을 상대로 거짓을 일삼다 발각되어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망신을 사는 경우도 상당하다.

우리 삶 곳곳에 만연한 ‘레드 헤링’. 이 거짓 신호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만의 올바른 신념과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신중함으로 레드 헤링의 오만함을 딛고 제 목표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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