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공공장소에 세워진 소녀상, 일본의 철거요청은 받아들여질까? [지식용어]
베를린 공공장소에 세워진 소녀상, 일본의 철거요청은 받아들여질까? [지식용어]
  • 보도본부 | 심재민 기자
  • 승인 2020.10.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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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최근 독일 베를린에 세워지며 눈길을 모았던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 앞서 유럽을 방문 중인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 1일(현지시간)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영상통화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다. 그리고 독일 수도 베를린 당국은 일본의 요청을 수용하는 듯 한 분위기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피해를 상징하는 상징물로 2011년 12월 14일 민간단체 정대협이 중심이 돼 서울 종로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로 확산되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은 국제적으로 전쟁 시 여성피해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지난 7월 미테구청으로부터 최종 허가를 받아 지난달 25일 미테구의 비르켄 거리와 브레머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설치됐다. 독일에서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공공장소에 세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소녀상은 지하철역 인근으로 음식점과 카페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지역 시민의 접근성이 높다. 이 소녀상의 설치 기한은 1년으로, 심사를 통해 연장이 가능하다.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세워진 소녀상은 베를린의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 주도로 세워졌다. 소녀상의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고, 이런 전쟁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생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짧은 설명이 담겨있다.

이 소녀상이 설치된 직후 일본은 유감을 표명했다. 소녀상 설치에 대한 보도가 나가자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달 29일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철거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1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독일 외무장관에게 철거를 요청한 것. 그리고 소녀상이 설치된 미테구는 지난 7일 전격적으로 철거 명령을 내렸다.

미테구청의 철거 공문은 최근 일본 정부가 독일 정부에 베를린 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요청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나왔다. 미테구는 철거의 이유에 대해 사전에 알리지 않은 비문을 설치해 독일과 일본 간의 관계가 긴장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쟁 시 자행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동상 설치에 동의했는데, 비문이 한국 측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테구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고 일본에 반대하는 인상을 준다"면서 "일방적인 공공장소의 도구화를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독일 당국에 의해 철거 명령이 떨어진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법적 대응이 시작된다. 코리아협의회는 현지에서 연대해온 50여개 시민단체와 협력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리아협의회의 한정화 대표는 “독일에서 위안부 문제 등 전쟁 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해왔는데 '공공장소를 도구화했다'는 지적은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외교부 역시 일본 정부가 독일 측에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것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과거 사과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소녀상 설치는 민간의 자발적 움직임"이라며 "민간의 자발적 움직임에 정부가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막식을 한 지 9일 만에 철거 명령이 내려진 베를린의 소녀상. 미테구청은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했고, 코리아협의회 측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지면 본안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녀상이 한일 간의 분쟁요인이 아닌, 국제적인 전쟁 여성 피해 문제를 알리기 위한 보편적 인권 문제의 상징물이라는 점을 현지 시민사회에 납득시키는 게 관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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