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누군가의 절박함이 담긴 청원. 매일 수많은 청원이 올라오지만 그 중 공론화 되는 비율은 극히 드물다. 우리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지만 조명 받지 못한 소외된 청원을 개봉해 빛을 밝힌다.

청원(청원시작 2020-08-28 청원마감 2020-09-27)
- 음주사상사고 초동수사 미흡한 경찰과 파렴치한 가해자 엄중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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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내용 전문

지난 6월 22일 새벽 1시 40분경 시골로 향하시던 부모님 차량을 음주운전 차량이 그대로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고로 조수석에 계시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운전석에 계시던 아버지는 심한 척수손상으로 현재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아 평생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한 상태이십니다.

평택파주고속도로 동시흥jc분기점 부근 2차선에서 정주행 하시던 아버지의 차량을 혈중알코올농도 0.143상태의 운전자가 시속 190km로 그대로 뒤에서 들이받았습니다. 6월22일 새벽 5시경 아들인 저에게 고속도로 순찰대에서 연락이 왔고 급히 병원으로 향했으나,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신 후였고 아버지는 응급실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큰 사고가 처음이라 정신도 없고 경황도 없는 상태로 어머니의 장례준비와 아버지의 수술 및 입원절차를 처리했습니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경우 경찰의 시신인도절차가 필요하다 하여 경찰서를 방문하였고, 가해자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당시 넋이 나간 상태로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고, 가해자의 블랙박스 영상은 주변에 차한대 없는 한적한 고속도로 2차로에서 정상적으로 멀쩡히 주행하던 아버지의 차량을 들이받으며 그대로 끝났습니다.

간단한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저는 그제야 졸음운전인거냐 물었고 경찰에게 들은 말은 '음주에요 음주' 그 한마디가 다였습니다. 자세한 사고 정황을 물었으나 경찰에서는 가해자의 과실이 100퍼센트 확인되었으니 처벌은 걱정마시고 어머니 모시는일과 아버지 챙기는일에 힘을 쓰시라 하였습니다.

경황없이 어머니 장례를 마치고 며칠이 지난후 정신을 차리고 다시 담당조사관에게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물었으나, 당시 경찰에서는 가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한 사실만을 가지고 사고를 처리하고 있었으며 자세한 사고경위에 대해 더 조사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가해자는 털끝하나 다친 곳 없이 사고 당일 변호사를 선임하여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간 상태이며, 음주에 사상사고임에도 불구속수사로 수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담당조사관에게 저희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했냐고 물었으나, 피해자인 저희 차량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조차 안한 상황이었습니다. 저희 차량상태와 블랙박스 확보를 부탁하였으나, 며칠 후 다시 연락하였을 때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였고 제가 직접 완전히 망가진 저희 차량을 찾아가 다 찌그러진 차를 한참 뒤져서 블랙박스를 확보했습니다.

담당조사관은 전화로만 저희차량에 블랙박스가 있는지 견인업체에 문의했고 없다는말에 찾아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담당조사관은 가해차량의 edr분석자료와 음주여부를 가지고 구속영장을 신청하였으나, 구속영장은 판사에게도 가지 못하고 검사단계에서 기각 당했다고 합니다.

사고가 난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신 건지 정확한 사고 경위도 파악하지 못해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조사관에게 사고 장소에 cctv를 확인하였느냐 물었으나, 조사관은 고속도로 cctv는 촘촘히 있는 것이 아니고 간격이 넓게 설치되어있다, 사고 장소에 cctv가 있었으면 고속도로 순찰대에서 전달을 받았을 텐데 본인은 전달받은 게 없다, 확인을 해 보겠다 했습니다.

이쯤 되니 조사관이 못미더워 제가 직접 저희 차량의 사고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를 몇 번이고 돌려보며 정확한 사고 위치를 찾아 사고 장소에 고속도로cctv가 설치되어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담당조사관에게 cctv 확보를 요청했습니다. 며칠 후 조사관은 cctv영상을 확보 하였으며 태연하게 추가적으로 뺑소니 혐의를 적용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경찰서에 가서 직접 cctv영상을 확인하니 너무나도 완벽하게 사고 장면이 찍혀있었고, 단순 음주 과속 사고인 줄 알았으나, 가해차량은 저희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은 뒤 그 자리에서 멈춘 것이 아니고 그대로 그 자리를 이탈하여 카메라 앵글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사라진 가해자는 한참이 지나서야 만취상태로 비틀비틀 거리며 사고 장소로 돌아왔고, 이 장면이 너무나도 잘 찍혀있었습니다. 담당 조사관은 이런 중요한 cctv영상을 처음부터 확보하지 않고 제가 요청하니 그제야 확보해놓고, 뻔뻔하게 뺑소니 여부를 적용할 수 있겠다고 하는 겁니다.

처음에 저는 뒤늦게라도 알게 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였으나, 경찰조사는 진행될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7월 10일에 cctv영상이 확인되었으나, 8월이 되도록 뺑소니 여부에 대한 가해자 추가 조사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조사관에게 몇 번이나 가해자 조사를 하였냐고 물었으나 이 번주에 할 예정이다, 곧 진행할 예정이라는 같은 대답만 몇 차례 들었습니다.

기다리는 기간 동안 정말 피가 마르는 듯한 심정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상황이라도 알고 싶었고, 경찰에서 확보한 유일한 증거자료인 cctv영상은 총 1시간이 넘는 긴 시간이었기에,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된 일인지 영상 전부를 확인하고 싶어 경찰에 cctv영상을 파일로 넘겨 달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에서는 조사 중인 사건이라 저희에게 파일형태로 줄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여러모로 알아본 결과 정보공개청구 시스템을 통해 cctv영상공개를 요청하였으나, 조사 중인 사건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며 거절당했습니다. 다시한 번 직접 관련 법령과 판례들을 뒤져가며 이의신청을 하였고 cctv영상과 수사 중 공개 가능한 추가 자료를 몇 가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cctv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하니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사고가 난 후 가해자는 차를 가지고 도주했다가 걸어서 사고 장소로 돌아왔습니다. 당연히 사고 장소에는 저희 아버지의 차량만 덩그러니 있는 상태였고 가해자의 차량은 그 장소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가해자의 차량이 어디에 있는지, 사고 장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도주했다가 돌아온 것이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 아닌가요?? 분명히 최초 출동한 경찰들은 사고 장소에 차량이 2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최초 출동 보고서에는 그에 관한 내용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사고 장면이 명확히 담긴 cctv도 확보하지 않았으며, 음주 사상 사고를 낸 가해자를 경찰서로 데려가는 것이 아닌 집으로 보낸 것도 너무나 이해가 안갑니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일까요

왜 피해자의 가족이 끔찍한 사고의 흔적들을 뒤져가며 조사를 요청 해야 하고, 그제야 경찰에서 확인조치가 이루어지는 겁니까? 제가 이런 추가적인 조사를 요청할 때 마다 담당 조사관님께서는 너무 걱정마시라 최선을 다해 조사하고 있으며 가해자는 무조건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말을 계속 해주셨습니다. 허나 현실은 제가 cctv확인을 요청하지 않았더라면 뺑소니 여부는 죽을 때 까지 몰랐을 것이고,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 또한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됐을 거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가해자는 현재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구속수사로 전환된 상태입니다. 가해자는 cctv영상을 확인 한 후에도 뻔뻔하게 뺑소니 혐의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희가족에게 끔찍한 고통을 남긴 가해자는 털끝하나 다친 곳 없이 사고 당일 변호사를 선임하여 조사에 임했습니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과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을 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주운전 사상사고 가해자의 처벌이 가벼운 것이 저는 너무나도 개탄스럽습니다. 최근 시속 158km로 음주운전을 하다 앞서가던 차량을 추돌해 두 살배기 아이의 아빠 목숨을 앗아가고 아이를 다치게 한 사고를 낸 20대에게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합니다. 저희 가족이 당한 이번 사고 역시 너무나도 가벼운 처벌이 내려질까 두렵습니다.

음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차를 운전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했을 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내리도록 되어있습니다. 허나 아직까지도 음주 사망사고로 내려진 징역형은 최대 1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지게 된 일명 '윤창호법'에 의거해 가해자를 꼭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형에 처해주세요. 제2의, 제 3의 '윤창호법'이 만들어 지지 않도록 이번 저희 사고가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더 높은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첫 판례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가해자가 아무리 무기징역형을 받는다 한들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고 아버지가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나마 억울하게 떠나신 저의 어머님의 마음을 달래드리고 남은 가족들도 힘을 내 남은 생을 살아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 사람의 무책임한 음주운전으로 저희 가족은 말그대로 파탄이 났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저의 조카는 할머니를 불러보기도 전에 할머니를 잃었고, 결혼 한지 1년도 채 안된 저의 아내는 한순간에 시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아버지는 반평생을 함께해온 소중한 동반자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도 못한채 보내드려야 했습니다. 정말 마음 같아선 가해자를 잡아다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고 그 가족에게도 똑같은 고통을 안겨주고 싶습니다.

사고당일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에서 만난 아버지의 첫마디는 어머니는 괜찮냐는 말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상태도 위급했기에 저희 가족은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고, 아버지는 수술을 받으셔야 했습니다. 저희가족은 슬퍼할 시간도 없이 어머니의 장례를 준비해야했고, 아버지는 수술 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30년 넘게 반평생을 함께하신 어머니의 마지막 곁을 지켜줄 수 도 없었습니다. 어머니 장례를 마치고 아버지는 저희 형제들에게 본인이 미안하다는 말만 되 뇌이시며 눈물을 삼키셨습니다.

왜 죄 없는 아버지가 미안해야 하고 왜 죄 없는 어머니가 돌아가셔야 하는지 정말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고 이 세상이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아버지는 척추골절, 척수신경손상이 심해 현재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으셨고 남은 평생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주변의 말이 너무나도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허망하게 떠나가신 어머니가 너무 보고싶습니다. 남은 인생을 힘겹게 살아가야만 하는 아버지와 우리 가족들의 삶이 너무 걱정됩니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와 지금도 힘들게 치료중이신 아버지께 정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도록, 가해자에게 정당한 법에 의거해 가장 무거운 처벌을 내려주시고, 아울러 처음부터 본 사건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조사하지 않고 미흡한 조치로 평생 뺑소니 사건이 묻히게 할 뻔한 관련자들 또한 엄중한 조사와 처벌이 내려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청원 UNBOXING >> 사건 진행 상황

경찰 관계자, "가해자가 사고 현장에 있어 도주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고 음주운전 등 사고 사실도 인정해 피해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해명

경찰, 뒤늦게 영상을 확보한 뒤 뺑소니 혐의 등을 적용해 가해 차량 운전자인 23살 김 모 씨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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