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경남 마산 출신의 한국 여성운동 선구자인 이이효재 교수가 지난 4일 별세했다. 여성운동가로서 이이효재 명예교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운동, 국회의원 비례대표제 도입과 여성 50% 할당제, 부모 성 같이 쓰기 선언 등 한국사회 곳곳에 업적을 남겼다. 특히 호주제 폐지라는 큰 업적은 우리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좋은 양분이 되어주었다.  

호주제도는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정의 구성을 말한다. 여기서 호주는 한 집의 가장을 말하는데, 남자로만 이어졌다. 호주권, 호주승계에 대한 규정으로 이루어진 호주제도에 따라 집안의 가장은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아버지에서 큰아들, 다시 큰손자로 이어졌다. 그리고 어머니와 다른 자식들은 호주의 아래에 속하게 되었다. 즉 호주제도에 따라 여성들은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호적에 올랐고, 결혼 뒤에는 남편의 호적에만 들어가야 했으며, 남편이 죽은 뒤에는 큰아들이 아무리 어려도 그 밑으로 들어가야 했다. 요즘은 아버지가 아닌 세대주가 어머니 또는 자녀의 이름으로 올라 있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여성차별적 제도라는 비판 속에 사라진 '호주제' (사진/픽사베이)

이러한 호주제도는 한국사회의 가부장 의식과 악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여성차별적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가족 구성원을 호주에게 종속시켜 자율성과 존엄성을 주정하고 획일화된 서열과 순위를 정함으로써 가족관계의 본질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거셌다.

또한 호주제도에 담긴 호주승계 규정에 따라 호주를 아들→딸(미혼)→처→어머니→며느리 순으로 정해 남아 선호를 조장하기도 했다는 비난도 뜨거웠다. 쉽게 딸보다 아들을 낳아야 대를 이을 수 있다는 차별적 사상이 가정 내에 스며들게 했다는 것. 그 외 한부모 가정, 부부 가정 등 변화한 세대 속에 다양해진 가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면도 있어 소외감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 여론은 점차 거세졌고 여성운동가 및 단체를 중심으로 폐지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족법에 있어 양성평등과 민주적 가족법을 구현하기 위한 가족법 개정운동의 결과 1977년, 1990년, 2002년에 부분적 개정이 이루어졌고, 2005년 3월 2일 민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같은 달 31일 법률 제7427호의 공포 과정을 거쳐 호주제는 완전 폐지되었다.

위헌적, 반인권적, 민주적 기본질서 위반, 현실과의 부조화, 제도의 후진성 등 다양한 비난 속에 사라진 호주제도. 따라서 호주제 폐지는 한국사회의 남녀평등과 민주화의 진전을 의미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이를 이끈 여성운동가 이이효재 명예교수는 다양한 업적을 남기고 많은 이들의 추모 속에 하늘의 별이 되었다.

여성운동 선구자인 이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별세 소식에 전국 각지에서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5일 경남 창원경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경수 경남도지사, 허성무 창원시장 등이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여성 권익과 지위에 관한 이이효재 선생의 족적이 매우 크고, 이런 선구자가 계셨기에 우리가 이만큼 움직인 것"이라며 "우리가 선생님보다 한참 뒷세대인데, 과연 선생님만큼이나마 지금 세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부끄러움도 새기고 간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이효재 교수에게는 국민훈장 모란장이 수여됐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