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야심작인 영화 <테넷>이 지난달 26일 한국,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24개국을 시작으로 각국에서 순차적으로 개봉해 현재 70여개국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침울한 분위기속에 개봉을 강행한 <테넷>이 전 세계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지만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이 이어지는데... 알고 보면 더 재밌을 <테넷>의 그것들에 대해 알아보자.

첫 번째, 시간이 거꾸로 흐르도록 할 수 있다는 ‘엔트로피’

[사진/영화 '테넷' 스틸컷]
[사진/영화 '테넷' 스틸컷]

<테넷>은 엔트로피를 통해 이를 반전시키면 시간이 거꾸로 흐르도록 할 수 있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운명을 가능한 과학적인 상상력의 범위 안에서 풀어냈다. 엔트로피에 대해 기술한 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며 자연현상의 물질의 상태 또는 에너지 변화의 방향을 설명해준다. 열역학 제2법칙은 전체 계(system)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엔트로피는 무질서의 정도로 바꿔서 표현할 수도 있다. 외부의 개입이 없을 때 무질서가 질서로 바뀌는 현상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방을 청소하지 않고 방치해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먼지가 쌓이는 등 지저분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 방을 정리하려면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방을 청소하게 되면 외부 에너지가 삽입되었기에 전체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결국 우리는 시간을 엔트로피의 증가로 느끼는 것이다.

두 번째, 가로-세로 어떻게든 읽어도 똑같이 읽히는 ‘사토르 마방진’

[사진/Wikimedia]
[사진/Wikimedia]

사토르 마방진은 가로로 읽으나 세로로 읽으나 똑같이 읽히는 다음절의 다어절로 이루어진 문장이다. 문장이나 낱말, 숫자, 그리고 문자열의 구조를 회문(回文)이라고 하며 영화 제목인 <테넷(TENET)> 역시 앞뒤로 모두 테넷으로 읽히는 회문 구조이다. 영화에서 시간을 이용해 과거, 현재, 미래에서 동시에 협공하는 미래 세력에 맞서 주인공 역시 시간을 이용하는 작전을 펼치는데 이 과정이 회문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실제로 영화에는 사토르 마방진에 적힌 '사토르(SATOR)‘, '아레포(AREPO)’, '로타스(ROTAS)‘, '오페라(OPERA)’가 모두 등장한다. 사토르는 배우 케네스 브레너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이름이며, 아레포는 사건에 얽힌 또 다른 인물의 이름이다. 로타스는 특정 회사 이름이며 오페라는 영화의 오프닝의 오페라 극장을 통해 철자를 만날 수 있다.

세 번째, 이율배반적인 명제로 철학적 개념도 접목된 ‘할아버지 패러독스’

[사진/영화 '테넷' 스틸컷]
[사진/영화 '테넷' 스틸컷]

할아버지 패러독스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이는 정해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원인과 결과를 뒤바꿀 수 없다는 인과율 법칙이다. 자신이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죽인다면 아버지는 물론 본인도 태어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할아버지를 죽인 그 순간에도 자신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할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본인이 되기 때문에 모순이 존재하게 된다. 

영화에서 닐은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 일이 있게 한 것임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주도자와 닐은 과거로 가 불가능했던 일을 실현한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있었던 일을 벌어지게 해 할아버지의 패러독스를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놀란 감독은 <메멘토>, <인터스텔라>에 이어 <테넷>까지 시간의 상대성을 꾸준히 다뤄왔다. 이렇게 많은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는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려 했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해석이 가능한 영화 <테넷>이 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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