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시대를 풍미했던 할리우드 배우 멜 깁슨이 달콤한? 이름 소동에 휩싸이며 이슈가 되고 있다. 바로 ‘미엘 깁슨’ 사건이다.

칠레에서 꿀을 팔던 교사 출신 싱글맘 요아나 아구르토(40). 네 아이를 키우는 아구르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직한 후 생계를 걱정하던 처지였다. 그러다 지난 6월 유기농 꿀을 포장해서 소셜미디어 등으로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가 파는 꿀의 이름은 '미엘 깁슨'. 꿀을 뜻하는 스페인어 '미엘'(Miel)이 깁슨의 이름과 유사하다는 데에서 착안한 일종의 말장난 이름이었다.

배우 멜 깁슨의 이름과 사진을 이용한 칠레 꿀 '미엘 깁슨' [연합뉴스 제공]
배우 멜 깁슨의 이름과 사진을 이용한 칠레 꿀 '미엘 깁슨' [연합뉴스 제공]

그녀는 배우 멜 깁슨의 이름에서 착안한 꿀답게 영화 '브레이브하트' 속 깁슨의 이미지와 함께 "용감한 이들만을 위해"라는 문구도 넣은 스티커를 제작해 꿀 병에 붙였다. 이후 미엘 깁슨 꿀은 입소문을 타며 알음알음 팔려나갔고, 이러한 소문은 멜 깁슨 측에게도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아구르토는 얼마 전 깁슨의 법률 대리인을 자처한 이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그녀는 이 메일이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메일엔 "당신이 꿀 판매에 깁슨의 성명권과 초상권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판매를 즉시 중단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경고가 진지하게 적혀 있었다. 경고 메일에 덜컥 겁이 난 아구르토는 일단 이메일을 받은 메일 계정을 삭제했다.

아구르토는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다가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사연을 알리고 더 많은 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의 사연이 알려지자 생각지도 못한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할리우드 대배우가 자그마한 꿀 장사에게 소송을 위협했다는 데 대한 풍자도 줄이었다. 트위터상에는 가수 폴 매카트니의 이름을 빌린 정육점 '폴 매카르네'(carne는 스페인어로 '고기'), 영화 '펄프픽션' 속 존 트라볼타의 이미지를 넣은 당구장 '풀(pool·영어로 당구)픽션' 등의 간판 이미지와 함께 "이들도 고소당해야 하나"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칠레 언론은 물론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 AP·로이터통신 등 세계 유력 매체들도 잇따라 그의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사건이 커지며 비난이 일자, 멜 깁슨 측은 해명에 나섰다. 깁슨의 변호인은 로이터에 제품명 때문이 아니라 깁슨 사진 때문에 경고했다며 "영화 속 스틸 사진을 이용하려면 해당 제작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도움을 자처하고 나선 변호인들 덕분에 깁슨과의 분쟁은 원만하게 해결됐다. 사진만 뺀 채 '미엘 깁슨'이라는 상표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본의 아니게 '미엘 깁슨'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꿀 판매는 대박이 났다. 아구르토는 몰려드는 주문에 세 시간밖에 자지 못하며, 도매상의 꿀도 거의 바닥났다고 전해진다.

장난기와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꿀 ‘미엘 깁슨’. 이를 만들어 판 아구르토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설명한다. 특히 그는 AP통신에 "괴롭던 고민이 꿈과 계획으로 바뀌었다"며 꿀 수출도 꿈꾼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깁슨의 팬이라는 아구르토는 깁슨의 이미지를 무단 사용한 데 대해 "잘 몰라서 실수했다.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잘못을 시인하며 "규정에 맞는 새로운 상표를 디자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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