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과거에 유행 했던 유명한 광고 문구 중 하나다. 당시 시대상으로 바라보면 이 문구는 그저 광고 속 저 먼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가와 자신의 행복한 삶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주말(휴일) 동안 ‘떠남’을 실행하며 힐링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먼 이야기 같았던 광고 문구가 이제는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 된 것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 중 정말 ‘통큰’ 투자를 감행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멀티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경우가 부쩍 증가하고 있는 것. 멀티해비테이션은 ‘복수’ ‘여러 개’를 뜻하는 멀티(multi)와 ‘주거’를 뜻하는 해비테이션(habitation)을 합친 말로, 여러 개의 주거지를 보유하는 형태를 말한다. 즉 힐링을 즐기기 위해 일시적인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또 다른 곳에 집을 마련해 이를 편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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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해비테이션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주로 일하는 곳과 쉬는 곳의 차이를 분명히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일을 하는 주중에는 도심에 거주하며 출퇴근 및 업무의 편의성을 높이다가, 업무를 쉬는 주말에는 한적한 곳에 거주,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보통 이처럼 도시나 농촌 어는 한 곳에만 정착하기에 답답하고 불편한 경우 멀티해비테이션을 계획한다. 주중 5일은 도시에서, 주말 2일은 시골에서 보낸다는 뜻에서 멀티해비테이션은 ‘5도2촌’이라고도 불린다.

꼭 힐링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택 구입 계획 자체를 멀티해비테이션으로 계획하기도 한다. 도시 생활이 버겁긴 한데 완벽한 귀농이나 귀촌은 부담스럽다고 느낄 때, 이들은 도시와 농촌 두 곳에 집을 마련해 번갈아 가며 도시 생활과 농촌 생활을 즐긴다. 특히 은퇴를 맞은 실버세대의 경우 제2의 인생을 계획할 때 멀티해비테이션을 구상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도심지의 땅값은 비싸고 환경이 안 되기 때문에 주거 이외의 땅을 소유하며 간단한 농작물 혹은 동물을 키우기 어렵지만,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는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도시생활이 필요 할 때에는 도시의 집으로 다시 떠나면 그만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멀티해비테이션족이 증가하자, 이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적정한 가격의 전원주택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가격이 비싼 수도권이 아닌 적당한 거리에 위치한 지방 소도시의 3억원 내외의 전원주택이 분양되고 있는 것. 멀티해비테이션을 추구한다고 해도 집 2채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데에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가격과 평수가 적당한 전원주택들이 매매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멀티해비테이션은 도심과 농촌의 생활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사용자 측면에서의 장점 이외에, 지방 소멸 등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도시을 찾아 떠나온 자신의 고향, 가격이 싼 지방 소규모 마을 등에 거주하게 되는 만큼 소외 되었던 부동산과 지역 경제에 화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하지만 멀티해비테이션을 꿈꿨던 사람들이 최근 다주택 보유 규제를 골자로 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계획을 접고 있다. 무엇보다 다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양한 개인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주거를 꿈꾸고 앞날을 계획하는 시대. 물론 천정부지로 집값이 뛰는 투기과열 지구의 열은 식히는 것이 마땅하지만, 한 사람의 투기인지 아니면 삶에 대한 투자인지를 명확히 나눠 규제하는 새로운 잣대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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