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인터넷 및 뉴미디어 환경 속에서 종이신문이 존폐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의 디지털 변신을 이끈 수장 마크 톰슨(62세)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그는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면서 종이신문 업계에 닥칠 위기, 그리고 변화를 미리 감지해 빠르게 준비한 탓에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다. 그가 재임한 기간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구독 서비스로 전환에 성공하며 큰 매출 향상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변화를 감지한 디지털 시대에 맞춘 경영

마크 톰슨 현 뉴욕타임스 CEO의 영국 BBC 사장 시절 모습 [연합뉴스 제공]

영국 런던 출신으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BBC 사장을 지냈던 마크 톰슨 CEO는 지난 8년간 NYT를 이끌며 종이신문에서 디지털로의 변신을 주도해왔다. 많은 언론사가 디지털 변화의 파도에 휩쓸리며 고배를 마셨던 것과 달리 마크 톰슨 CEO의 재임 기간 NYT의 주가는 400% 이상 상승했다. 무엇보다 마크 톰슨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경영 전략을 변화시켜왔다. 취임 이후 더 이상 종이신문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을 감안해 NYT의 디지털화를 본격적으로 이끈 것.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마크 톰슨이 NYT 온라인 기사 유료화 시스템을 도입해 약 4년 반 만에 1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성공에 안착시켰다.

NYT, 디지털화에 성공

마크 톰슨은 하나의 플랫폼이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 스마트폰 앱 등의 다양한 뉴스 전달 매체에 최적화된 내용과 형식의 콘텐트를 차별화해 담으면서 점점 더 디지털 분야의 매출을 끌어올렸다. 그렇게 올 2분기에는 디지털 매출이 처음으로 종이신문 매출을 추월하는 기염을 토했다. NYT의 2분기 디지털 구독 부문 매출은 1억8천550만 달러(약 2천204억 원)로 종이신문 매출(1억7천540만 달러)보다 많았다. 특히 NYT의 디지털 구독자는 2015년 10월까지만 해도 약 100만 명 수준이었지만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570만 명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더해 톰슨 CEO는 오는 2025년까지 디지털 구독자 수를 1천만 명으로 설정한 바 있다.

언론의 본질을 지키다

마크 톰슨은 종이 신문이건 디지털 콘텐츠 건 ‘언론의 본질적 가치’ ‘양질의 콘텐츠’를 언론이 지녀야 하는 가치로 삼는다. 이는 대학 졸업 후부터 BBC를 시작으로 꾸준히 언론 세계에서 경험을 키워 온 마크 톰슨의 핵심 가치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종이신문이라는 전통을 고집하지 않고 디지털화에 전면적으로 나선 것 역시 언론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곧 언론의 사명을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것. 이에 대해 마크 톰슨은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변화를 회피하는 언론사는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결국 본질적 가치를 지키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디지털 혁신은 ‘좋은 언론’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작업이다”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콘텐츠 품질이 곧 생명력

수단만 디지털화 된 것이지 언론사의 경쟁력은 바로 콘텐츠 품질이라는 원칙은 변함없다는 것이 마크 톰슨의 확고한 가치이기도 하다. 디지털 기술 속에서 수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소비 되는 과정에서 디지털 유료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품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마크 톰슨은 “경쟁 상품보다 품질이 뛰어나고 싸다면 그 물건은 반드시 팔린다. 그것이 시장의 법칙이다”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마크 톰슨은 함부로 콘텐츠 양산에 대한 비용을 줄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기도 한다. “회사가 어렵다고 비용을 절감하면 품질은 더 떨어지게 된다. 결국 망하는 지름길로 가는 것이다.” 이는 마크 톰슨이 누누이 강조하는 가치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타임스 본사 [연합뉴스 제공]

유연한 조직 운영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했을 때도 축하를”

마크 톰슨은 기업의 변화와 도약을 위한 토대를 만들려면 유연한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 강조한다. 이러한 기치에 따라 그는 임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에 상당히 호의적이고 개방적이다. 특히 톰슨은 “성공했을 때만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에도 축하하려고 한다.”라며 구성원들이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혁신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도록 열려있는 소통의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러한 유연함이 있었기에 다소 보수적이었고 우려가 많았던 NYT가 다양한 아이디어에 힘입어 디지털화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특히 마크 톰슨은 젊은 직원들의 문화와 조언에 귀를 열어둔다. 또 새로운 젊은 인력을 계속해서 충원함으로써 회사의 젊은 감각을 유지한다. 실제 마크 톰슨이 취임했을 때 조직 구성원 중 22∼37세 사이의 '밀레니얼' 세대는 20% 정도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9% 정도에 달하고 있다. 그에 힘입어 NYT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였던 팟캐스트 서비스 '더 데일리(The Daily)'는 청취자 75만 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4천300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열성 청취자 절반가량이 30세 이하일 정도로 대표적 디지털 혁신의 성공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인생은 알면서도 모를 일이다. 돌아보면 말이 안 되는 일들도 있다” “나는 원하는 것을 꾸준히 해 왔을 뿐” 마크 톰슨이 자신의 인생을 회상하며 한 발언이다. 무모하지만 확고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묵묵히 변화와 맞서 싸워온 마크 톰슨 CEO. 그는 뉴욕타임스에 디지털 활력을 불어넣었고 다음 달 메러디스 코핏 레비엔(49) 현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자리를 넘겨준다. 뉴욕타임스 내에 마크 톰슨이 불어 넣은 변화의 바람이 계승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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