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 디자인 최지민] 지난 4일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두 차례 큰 폭발이 발생해 많은 건물과 차량 등이 파손됐다. 레바논 정부는 항구 창고에 오랫동안 보관돼 있던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이 대규모로 폭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레바논 방송 LBCI는 근로자들이 문을 용접하던 과정에서 화학물질에 불이 붙었다고 전했는데, 이 사고로 약 6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사고 원인에 대한 책임문제가 대두되면서 레바논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레바논 정부는 항구 창고에 오랫동안 보관돼 있던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이 대규모로 폭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는 약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정부 시위대는 정치권의 무능이 폭발 참사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셸 아운 대통령의 초상화를 불태우고 외무부, 환경부, 경제부, 에너지부 등 정부 부처를 습격했다. 또 레바논은행연합회를 점거해 건물을 불태웠으며, 시위대는 ‘물러나지 않으면 교수형’이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수년째 정치·경제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던 레바논에서 폭발 사고까지 일어나면서 민심이 폭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위대 일부가 의회 건물로 접근하려고 시도하자 경찰이 최루가스 및 고무탄을 쏘면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서 경찰관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경찰관은 시위대에 쫓기다 인근 건물 승강기 통로에서 추락해 사망했다고 전해졌다. 이 밖에 시위자 등 175명이 다치는 상황도 발생했다.

아비규환 같은 사태 속에서 레바논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궁지에 몰린 디아브 총리는 시위가 격화되자 10일에 총선을 조기에 치르자고 의회에 제안했다.

또 레바논의 기독교계 정당 카타이브당 소속 의원 3명은 폭발 참사와 관련해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카타이브다 세미 제마엘 의원은 폭발 참사로 사망한 같은 당 사무총장 나자브 나자리안의 장례식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대규모 폭발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레바논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약 11억 8천만 원 규모의 긴급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폭발 규모가 TNT 폭약 1천500t이 폭발한 것과 비슷하다고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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