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최지민] 지난 5월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에서 ‘블랙스완’이 상용어처럼 사용되고 있으며 나아가 ‘네온스완’도 이제는 배제할 수 없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미디어를 통해 종종 들었던 블랙스완은 색이 까만 백조라는 말로 발생 확률이 낮아 예측과 대비가 어렵지만 한번 나타나면 큰 충격을 야기하는 상황을 의미하는 금융용어다. 한편 ‘네온스완’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백조라는 뜻으로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나 위협을 일컫는 금융용어다. 실제 발생할 경우 시장에 아주 큰 위협이 되며 사실상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김 차관의 발언은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경제에서 어떤 상황도 발생 가능하기에 불확실성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한 것이다. 세계무역 둔화의 가속화, 글로벌 가치 사슬(GVC)의 약화, 글로벌 거버넌스 변화 등의 이슈가 코로나19로 인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어 대표적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0여년의 장기추세를 하회했던 세계교역량은 이번 위기로 올해 더욱 급격한 역성장이 전망되며 실제로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무역 증가율을 –13%(낙관적)∼-32%(비관적)로 전망했다. 특히 동맹과 우방 간 수출제한 등 전방위적인 국경통제는 세계무역을 더욱 급랭시키고 있다. 

글로벌 가치 사슬(GVC)의 고리는 약해져 중간재 공급을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경우 완제품 생산과 공급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just in time)’ 전략보다 재고를 비축하는 ‘비상대비(just in case)’ 전략이 중요시되고 있다.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도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과거 위기와 달리 코로나19 충격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를 동시에 혼란에 빠뜨렸다. 어느 국가가 더 낫다고 볼 수 없는 난맥상에서는 과거와 같은 선진국의 원조 제공, 정책방향 제시 등의 리더십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과거 G7(주요 7개국), G2(주요 2개국) 등의 표현이 이제는 G0로 불리며 글로벌 리더십의 약화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김 차관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이 모든 변화는 글로벌 불확실성을 더욱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위기와 불확실성의 시대에 경제적 복원력을 높이는 것이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의는 조만간 발표될 신사업 도입을 위한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인 한걸음모델 추진 계획과 1인 가구 정책에 대해서도 점검했다. 김 차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인 가구를 보듬기 위한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며 1인 가구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범국가 차원의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는 두려움 없이 문제를 헤쳐 나가고 결단 있는 행동이 필요하기도 하다. 정부는 바로 눈앞에 있는 상황에 대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경제의 현실을 인식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금융정책이 나아갈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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