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인기리에 종영된 JTBC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에서 외도가 들통 난 상대가 내뱉은 적반하장 발언이다. 본 드라마를 본 시청자라면 대부분 이 장면에서 걸출한 욕설을 내뱉으며, 당당한 남편의 궤변에 분노를 터트렸을 것이다. 그런데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동시에 다자간의 사랑을 ‘당당하게’ 추구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있어 놀라움을 산다. 이들은 이를 외도나 바람과 성격이 확연히 다른 ‘폴리아모리’라 주장한다.

폴리아모리(polyamory)는 ‘많은’을 뜻하는 그리스어 폴리(poly)와 ‘사랑’을 뜻하는 라틴어 아모르(amor)의 변형된 형태 ‘아모리(amory)’가 결합된 단어이다. ‘많은 사랑’을 의미하는 폴리아모리는 서로를 독점하지 않는 사랑, 즉 다자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폴리아모리를 지향하는 사상은 ‘폴리아모리즘’, 폴리아모리를 추구하는 이들은 ‘폴리아모리스트’라 부른다.

보편적으로 누군가와 교제하거나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면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할 것을 약속하고, 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채 살아간다. 그러나 폴리아모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두 사람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며, 본능적인 다자간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뜻 보면 외도나 바람과 유사해 보이지만, 파트너의 동의 하에 폴리아모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참고로 2008년 개봉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주인공 손예진이 폴리아모리스트 성향의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폴리아모리스트들은 전통적인 일대일 교제, 혼인 관계를 거부한다.  일부일처제 방식의 사랑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이들은 타인에 피해를 주지 않고 상대와 합의가 된 상태라면 ‘폴리아모리’를 행하는 것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폴리아모리를 ‘스와핑’과 같은 성적 관계로만 바라보지만, 이를 넘어서 상대와의 친밀감, 정서적 교감 등의 내적 유대를 더욱 중시한다고 주장한다.

폴리아모리스트들은 일종의 가정을 형성해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형태이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국가의 일부 폴리아모리스트은 정신적 육체적 관계를 맺으며 가정 형태의 공동체 생활을 한다. 심지어 아이를 낳고 육아와 재산공유 등 전통의 가족 관계에서 볼 수 있는 모습처럼 살아가기도 하는데, 이러한 형태의 집단혼 그룹은 ‘폴리피델리티’라고 칭한다.

이러한 폴리아모리는 사실 최근에 나온 사랑의 유형은 아니다. 1970년대부터 폴리아모리 운동이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21세기에 들어서는 동성 간 합법 결혼에 이은 새로운 인권운동의 개념으로 일부 국가에서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 1984년 ‘러빙 모어(Loving More)’라는 폴리아모리 옹호하고 지원 단체가 설립되기도 했는데, 이들은 정기적으로 잡지를 발행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갖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전통적 결혼관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폴리아모리’는 불편하고 불쾌한 개념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지속해서 가정의 모습이 바뀌어 온 것 역시 분명한 현실이기에,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공론의 탁상에 폴리아모리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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