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우리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전통 문화예술을 교육하는 한 체험관이 있어 눈길을 끈다. 많은 사극에서 비춰졌던 교양과 예술적 재능을 지닌 기생들을 양성했던 ‘권번’이 그 주인공이다.  

권번(券番)은 일제 강점기 당시 만들어진 기생조합이 이었다. 권번에 속한 기생들은 술과 웃음을 팔았던 일반 기생들과 본질을 달리했다. 혹독한 훈련과 교육을 견뎌내며 시(詩)·화(畵)·가(歌)·무(舞)·악(樂) 등 예능뿐만 아니라 교양과 예의까지 갖춘 ‘예인(藝人)’이 바로 권번의 기생들이었다. 현재의 기준으로 바라본다면 치면 권번은 고등 예술 교육기관이었고, 권번에 속한 기생은 예술인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생 양성 문화와 권번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전통 문화예술을 교육하는 체험관이 있다. 바로 2015년 전북 정읍시 산외면에 설립된 '고택문화체험관(옛 권번문화예술원)'이다.

권번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가 가까스로 보존되었다. 2000년대 중반 광주 권번은 허물어질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 사라질 처지에 놓인 권번을 안타깝게 여긴 사단법인 한옥마을사람들 고혜선 대표가 광주 권번 상량문 등을 그대로 넘겨받았지만, 그럼에도 ‘기생’과 ‘권번’에 대한 편견 때문에 건물 이축에 필요한 예산 확보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 2015년 광주 권번 한옥 건물을 해체했고, 정읍시 산외면으로 옮겨와 원형 그대로 다시 복원해 지었다.

권번의 예술적 가치를 계승하고 기생 문화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국비와 시비 등 21억 원이 투자됐고, 부지와 건물을 포함한 전체 면적은 3천400㎡에 이른다. 위기를 딛고 개관한 권번의 외형은 전통한옥으로 안채와 사랑·행랑채, 별채로 구분돼 있으며 내부는 숙박을 위한 편의시설과 전통문화예술 체험공간으로 설계되었다.

당시의 교육까지 체험해볼 수 있는 권번에서는 아리랑과 단가, 정가, 전통예절, 전통음식, 다례, 전통무용·악기 등을 교육한다. 또한 전통문화의 신명과 풍류를 결합해 현대인의 감성에 맞는 여가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문화예술 체험과 숙박을 할 수 있다. 이 밖에 식사와 전통차 시음, 음악 무용극이 어우러진 공연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먹거리가 준비돼 있다. 지난해에는 '예기(藝妓)들의 흔적을 찾아서'란 주제로 역사와 기억 속에서 사라진 교방(敎坊) 문화를 소개되기도 했다.

100여년전 문화예술계를 주름잡으며 화려하게 발전했다가 편견과 무관심 속에 소리 없이 사라져간 예인 ‘기생’들의 가치를 돌아볼 수 있는 권번. 선비문화와 풍류 예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와 권번 문화예술을 체험해 우리 전통 문화예술의 우수성을 이해할 수 있는 시설로 보존되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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