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는 일. 국가의 존립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참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문화유산은 잘 보존되고 있을까. 다양한 부분에서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점차 인식이 바뀌며 우리의 것을 지키고 가꾸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어떤 사연에 의해 타국에 머물고 있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흔히 ‘직지’로 알려진 ‘직지심체요절’이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된 ‘직지심체요절(직지)’은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다. 직지는 서양의 최고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서 간행되어 우리선조의 금속활자 기술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직지의 우수성을 인정해 2001년 9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도 했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 자산인 직지. 그러나 불행히도 상(上), 하(下) 2권으로 간행된 직지 원본은 우리나라에 없다. 현재 하권만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을 뿐이다. 직지는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 이후 초대 공사와 3대 공사를 지낸 꼴랭 드쁠랑시가 19세기 말∼20세기 초 국내에서 수집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직지의 존재가 국내에 알려진 것은 이보다 훨씬 뒤인 1972년이다. 당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사서로 근무하던 고 박병선 박사가 직지를 발견, 국내에 알리면서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이처럼 소중한 문화유산인 직지를 세계에 알리고 우리 것임을 내비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언어로 직지의 우수성을 알린다. 고인쇄박물관은 지난 2일 3억4천여만원을 들인 '직지 글로벌 웹사이트'가 오는 9월 중순 개설된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우선 직지 원문 일부는 한국어와 영어로 번역돼 소개된다. 그리고 그 외 직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경위, 직지가 프랑스로 건너간 경위, 직지가 인쇄된 흥덕사지에 대한 정보를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로 소개한다.

뿐만 아니다. 직지 글로벌 웹사이트에서는 직지 관련 게임과 웹툰도 영어와 한국어로 만나 볼 수 있고, 고인쇄박물관은 이 사이트를 통해 직지 원문을 e-book 형태로 제공하고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금속 활자본 500여권도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고인쇄박물관이 발행한 학술서적, 각종 학술회의 때 만든 자료집도 만나 볼 수 있으며, 금속활자 주조 과정을 다룬 영상도 게재된다.

다양한 언어로 세계인에게 소개될 ‘직지’. 이를 바탕으로 훌륭한 문화유산과 그와 관련한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가능하다면 본국으로 되찾아 올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무관심 속에 소중한 유산이 ‘내 것’이 아닌 ‘네 것’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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