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성현] 흰 눈이 내리고 쌀쌀함이 전해져 오는 겨울. 평소에 비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사람들의 봉사 및 기부가 늘어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소 습관처럼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며 따뜻함을 전하는 자원봉사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아이디언에서는 2014년도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은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천안지구협의회 박말순 실장과 만나봤다.

▲ '2014년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에서 그간 봉사활동을 인정 받아 대통령표창을 받았다.(사진/천안시자원봉사센터)

- 안녕하세요. 우선 ‘2014년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소감 좀 부탁합니다.
(박말순 실장) 제가 활동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천안지구협의회에는 1300명 봉사자들이 있거든요. 그 중에 제가 운 좋게 대통령표창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이 표창은 제 개인의 것이 아니라 적십자 전 봉사원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쁨은 모든 봉사원들하고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 제가 알기로는 봉사활동을 오래하셨어요. 몇 년 정도 봉사를 하셨나요?
(박말순 실장) 서류상으로는 90년 3월 1일부터 시작해서 24년 5개월인데요. 제가 88년도 때부터 적십자사에서 개인적으로 봉사를 시작 했으니까 올해 11월 말 부로 2만 9천 시간을 했어요. 한 26년 정도 했죠?

- 제가 알기로 연세가 59세인데 33세부터 봉사활동을 하신 거네요?
(박말순 실장) 네. 애들 어릴 때부터 조금씩 했습니다.

- 33세면 젊으실 때였는데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박말순 실장) 제가 섬에서 태어났거든요. 우리 어린 시절에는 동네에 굉장히 어려우신 분들이 많았는데 쌀도 없고 보리도 없어서 식사를 못했어요. 그래서 저희 어머니께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항상 쌀, 과일 같은 것을 나눠주시는데 제가 심부름을 했어요. 그렇게 보고 자란 거죠.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결혼을 하고 애들을 키우는데 그때 어머니가 했던 일이 문득문득 생각이 났어요. ‘나도 어떤 기회가 되면 봉사를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했을 때 우연한 기회에 협의회 초대 회장님이 ‘봉사를 같이 해볼래?’ 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용기를 내서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참 잘했다라고 생각이 듭니다.

- 실장님 어머니가 하던 봉사를 보고 배우면서 자라신 거군요.
(박말순 실장) 그렇죠. (호호호)

- 26년 동안 봉사, 삶의 절반 이상의 시간이에요. 오랜 시간 자원봉사를 하면서 드는 마음이 있을 것 같아요.
(박말순 실장) 내가 봉사를 하면서 남을 돕는다는 것도 있지만 제가 매일매일 행복해 지더라고요. 행복해지면서 제 자신이 성숙한 것 같아요. 이것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뭐라 표현할 순 없지만 제 인생이 더 풍요로워 진 것 같아요. 그래서 이게 ‘마약’처럼 자꾸 찾고 하게 되더라고요. (하하하)

- 표현이 상당히 재미있으시네요. (하하하) 자원봉사를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박말순 실장) 음...(생각 중) 적십자사에서 새터민 도우미를 한 적이 있어요.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천안으로 온 아이가 있는데 시에서 그 아이가 잘 적응하고 살 수 있도록 은행 업무를 알려준다던지 시장을 가서 안내를 해주던지 여러 가지를 알려주면서 1년 동안 그 아이 손발이 돼서 도와주는 거예요. 이런 과정에서 한 새터민을 만나게 됐어요. 올해로 한 8년 됐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알지는 모르겠지만 새터민들이 많은 기대를 가지고 한국으로 오지만 그 기대만큼 좌절감이 많아요. 그래서 우울증이 많이 와요. 그 아이도 그랬거든요. 저를 찾아와서 상담을 하면서 많이 울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데리고 다니면서 치료도 하고 했었거든요. 그러면서 이 아이를 바라보면서 ‘내가 평생 거둬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마음먹고 난 뒤부터 명절에 저희 집 데리고 와서 같이 쉬고 잠도 자고... 그냥 양딸처럼 많이 도와줬어요. 그리고 그 아이가 많이 성숙해지고 몇 년이 지나서 저한테 찾아와서 결혼을 해야겠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 순간 저는 ‘이 아이한테 큰 힘이 되어줘야겠다’ 해서 ‘내 딸 해서 너 시집 보내마’ 라고 얘기했어요. 그 다음에 가족들하고 상의를 하고 의견을 모아서 작년 11월 달에 시집을 보냈어요. 그 때 많은 보람을 느꼈죠. 지금은 매일매일 전화통화하고 제가 가기도 하고 그 애가 와서 집에 며칠씩 있다 가기도 하고 여느 딸처럼 잘하고 있어요.

- 8년 동안 한국 사회를 알려주고 시집까지 보내시고...그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박말순 실장) 주위에서도 ‘그렇게 까지 해야돼나?’라고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결정을 하고 나니까 제 마음이 기쁘더라고요. 저 애는 내가 평생 돌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 내 자식처럼... 마음이 편했어요. 갈등도 없었고.

▲ 무료급식과 새터민 도우미 외에 다문화가정, 독거노인을 위해 여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다른 봉사활동도 있는 건가요?
(박말순 실장) 우리 적십자사봉사회 같은 경우는 다른 단체하고 다르기 때문에 수혜자 맞춤 봉사라고 해서 희망풍차 봉사활동을 해요. 희망풍차란 풍차가 날개가 4개잖아요. 각 날개가 청소년, 노인, 다문화가정, 새터민 이렇게 4개를 가지고 결연을 맺어서 수혜자 1명당 봉사자 2명이 배정받아서 한 달에 2~3번 정도 봉사를 하고요. 매달 수혜자가 필요한 물품을 그 때 그때 상의를 하고 구매를 해서 전달을 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노숙자, 실직자, 독거노인, 장애인 분들을 위해서 무료급식을 하고 있어요. 모든 분들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에 오셔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서 따뜻하게 식사하고 가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무료급식 같은 경우는 18년째 하고 있네요.

- 정말 자원봉사가 습관화 되어있으신 것 같습니다. 자원봉사란, 어떤 건가요?
(박말순 실장) 사람들이 ‘봉사’라고 하면 거창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어떻게 봉사를 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봉사는 아주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주위에 가까이 있어요. 맘만 먹으면 되거든요. 그런데 보통 ‘내가 조금 더 형편이 나아지면, 내가 시간적 여유가 더 생기면 하자’라고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럴수록 계속 밀려나가는 거예요.

‘내가 해야 되겠다’라고 딱 마음먹을 때가 시작이에요. 시작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봉사는 어떤 공식도 아니고 부딪치면서 하다보면 일상이 되거든요. 늦었다고 생각 할 때 그 때가 바로 시작하는 시점이에요. 그 때 바로 시작하면 될 것 같아요.

- 요즘 사회가 야박하다고 해야 하나요? 자기중심적이잖아요. 자원봉사를 함으로서 그런 마음도 바뀌게 될까요?
(박말순 실장) 지극히 개인적인 사람도 봉사를 1년쯤 하다보면 확실히 변화가 와요. 봉사를 하다가 어떤 분들을 보면 하는 척, 쉬운 것만 하는 봉사자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봉사를 하다보면 스스로 느껴지나 봐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다 보면 가장 힘든 일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화장실 청소나 밥을 짓고 반찬을 하고 마무리하고 그래요.

예전에는 몸을 추스르고 ‘나 아니어도 누군가 한다고 생각을 했고 내가 왜 저 일을 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자신의 행동이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그러더라고요. 봉사를 계속 해보니까 ‘자기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도 생기고 내가 이걸 힘들게 봉사를 하고나면 굉장히 뿌듯하다고 합니다.

- 마지막으로 박말순 실장님이 생각하시는 봉사란 어떤 건가요?
(박말순 실장) 봉사는 정말 제 일부분이예요. 봉사를 하면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후회도 없고 행복해요. 봉사를 통해서 제 삶의 가치를 알게 됐다고 하면 되겠네요. 그리고 제 자신이 많이 발전 됐거든요. 만약 제가 봉사를 안 하고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고 하면 이런 행복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 네. 오늘 자원봉사에 대해 좋은 말씀 해주신 박말순 실장님 감사드립니다.

“‘봉사’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 주위에 가까이 있다.”
지금 우리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길거리에 있는 작은 쓰레기를 줍는 것도, 길을 모르는 사람을 안내하는 것도, 할머니의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봉사가 될 것이다. 이제는 망설이지 말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간다면 나 자신도 언젠가는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를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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