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미국 전역 곳곳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점차 격해지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이는 지난달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였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데 따른 후폭풍으로, 시위를 벌이면서 상점을 약탈하거나 방화를 저지르는 폭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큰 우려를 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조지 플로이드 사망 관련 시위와 폭동이 격화되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을 중심으로 ‘루프 코리안’ 키워드가 확산하고 있다.

'루프 코리안(Roof Korean)'. 직역 하자면 옥상 위 한국인을 의미하는데, 이 용어는 1992년 흑인 폭동 당시 생명과 재산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총기를 들고 옥상 위에 방어막을 만든 한인들의 모습에서 유래했다. 1992년 LA 폭동 당시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한 한인들이 자신과 가족,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방어에 나섰던 모습과 그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일컬어 ‘루프 코리안’이라 불렀다.  

당시 루프 코리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현재에도 많이 남아있다. 특히 지붕 위에 무장한 모습으로 진지를 구축하고 머리에 띠를 두른 모습은 필사적으로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야 하는 결연함이 묻어나는데, 대부분 한국에서 군대를 전역한 예비역들로 이들의 행동은 군사적 방어 작전을 방불케 해 놀라움을 샀다. 그리고 경찰도 막아 낼 수 없었던 폭동자들로부터 한인타운 방어에 성공해 찬사를 받기도 했다.    

백인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비무장 흑인이 숨지면서 촉발한 이번 미국의 상황은 흡사 1992년 로드니 킹 사건으로 촉발했던 LA 폭동을 떠올리게 한다. LA 폭동은 로드니 킹이라는 흑인 남성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구타를 당했는데, 가해 경찰이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이에 분노한 흑인들의 시위가 발화점이 되었다. 폭동이 유혈 사태로까지 번져가면서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 특히 한국 교민들이 큰 피해를 봤다. 마트와 세탁소 등으로 생계를 잇던 교민들의 삶의 터전이 약탈과 방화로 별안간 폐허가 된 것.

이번 미국의 사태 역시 인종차별에 항의하던 시민들이 시위를 이어나가는 와중에 일부 잘못된 방식의 폭력성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무고한 사람들의 상점을 약탈하거나 방화를 저지르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어 LA 폭동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일까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루프코리안 해시태그 게시물과 사진이 계속해서 공유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 등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방화와 약탈 등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니애폴리스에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건 루프 코리안이다” “미네소타에 한인 타운이 있었다면 최신 루프 코리안을 볼 수 있었을 것”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백인과 흑인의 오랜 갈등에서 새어나온 이번 인종차별 시위가 ‘한국인’과의 갈등구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루프 코리안’이 불필요한 언급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특정 세력을 공격하기 위함이 아닌 생계를 지켜내기 위한 최후 방어였던 루프 코리안의 모습은 본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백인들이 ‘루프 코리안’을 언급하며 루프 코리안을 히어로 혹은 용병으로 여기는 현상은 이번 미국 인종차별 시위의 본질을 흐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또한 이 역시 인종차별적 현상이라고 비꼬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며 폭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이번 인종차별 시위 사태. 미국 정부와 경찰의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로 하루 빨리 사태가 종식되어 더 상의 무고한 피해와 더불어 불필요한 갈등 요소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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