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0] 두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 ‘수어통역사’가 후배들에게 하는 조언
[인터뷰360] 두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 ‘수어통역사’가 후배들에게 하는 조언
  • 보도본부 | 조재휘 기자
  • 승인 2020.06.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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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조재휘] 지난 시간에는 수어통역사의 삶과 함께 편견만큼이나 아쉬운 처우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시간에는 수어통역사가 되기 위해 후배들에게 전하는 선배들의 따뜻한 조언 등을 들어보도록 하자.

PART 2. 수어통역사의 길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 수어는 얼마나 배우면 할 수 있나요?
수어는 일반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얼마나 배워야 할 수 있다는 기준은 없고 본인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달라지죠. 학창 시절 영어를 10년 넘게 배워도 입이 안 떨어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수어도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언어가 그렇듯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사용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2년 만에 자격증을 따는 분도 있고 10년 넘게 수어를 배우러 다니기만 하는 분도 있습니다.

- 수어통역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있을까요?
수어를 잘하는 것은 단지 농인과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을 배우는 것뿐입니다. 수어통역사 필기시험 과목에도 있지만 수어를 배우기 전에 장애인 복지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의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우선 필요합니다.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 수어통역을 할 때도 배경지식이 많이 필요하나요?
교육통역 영역만 보더라도 수많은 교육 과정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만 통역이 가능합니다. 본인 스스로가 의학, 법률 등 한 분야에서만의 수어통역 할 것을 한정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영역에서 수어통역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분야의 전문가까지는 될 필요가 없지만 다방면의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특히 방송통역의 경우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통역이 가능하죠.

- 통역을 할 때도 체력을 많이 강조하는 것 같던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최근에는 수어통역 시 내부규정으로 30분에 1회씩 교대통역을 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다 보면 1시간, 2시간 이상 혼자서 통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타인의 말을 듣고, 온몸으로 전달해야만 하는 수어통역사들에게 체력은 필수인 것입니다.

- 자격증 시험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매년 시험이 있는 건가요?
매년 1회의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벌써 민간자격 자격시험 9년, 국가 공인 민간자격 시험이 16회차가 되었는데요. 올해는 필기시험(7/11), 실기시험(10/10)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농아인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 수어 통역을 하면서 어떨 때 보람을 가장 많이 느끼나요?
대부분의 통역사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일이겠지만 수어통역을 통해 농인의 정보 접근 권리를 지원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수어통역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 올 때 농인들의 “고맙다”는 이 한마디의 수어를 보는 순간이 수어통역사란 직업에 대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때일 것입니다.

-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할 수어들이 있을까요?
외국인들이 어설프게 한국말을 해도 그 모습에서 반가움과 고마움을 느끼잖아요. 농인들 역시 “안녕하세요”라는 수어 인사만으로도 감동과 고마움을 느낍니다. 요즘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에서도 간단한 수어를 가르치는 분들이 있는데요. 간단한 인사말이나 본인의 이름을 알려 줄 수 있는 정도만이라도 사용할 줄 안다면 농인들의 세상에 한 걸음 다가가는 일이 아닐까요?

- 수어통역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줄 수 있나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없으며, 단지 한 시대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일에 관심이 있고, 한국수어를 농인의 언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으며 할 수 있습니다. 수어통역사란 직업인으로 사는 삶을 도전 해봐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 국민들에게 수어통역사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관심과 주목을 받아야 할 주체는 수어통역사가 아닌 농인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터뷰조차도 매우 조심스러운 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농인과 수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개선과 수어통역 방송이 시혜가 아닌 농인의 권리로서 모든 국민들이 인식하고, 청인과 농인이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두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 올해 수어 통역을 통한 목표가 있나요?
“지상파 3사 저녁 메인뉴스에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즉각 수용할 것을 촉구했지만, 방송사들은 비장애인 시청권 제약 등의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농인의 방송시청권과 평등권, 정보접근권, 의사소통권 등이 침해되는 상황이 만연한 현실에 농인도 시청자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각 방송사의 메인 뉴스에서도 수어통역사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코로나19를 계기로 질병관리본부와 각 지자체 브리핑에서도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는데, 아직도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실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정책 발표, 연설 등에서도 반드시 수어 통역이 제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2016년 한국수어언어법의 제정으로 한국수어가 이제는 법적으로도 농인들의 고유한 제1언어로 인정되었듯이 이제는 국민들도 농인들을 고쳐야 할 환자나 장애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또 다른 한국인으로 인식 전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사이에 가려진 수어통역사들의 인권이나 처우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간 다리 역할로 본인들보다는 농인들이 관심과 주목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수어통역사들. 후배들을 위한 따뜻한 조언 만큼이나 이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앞으로 국민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통역사들의 처우 또한 개선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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