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정부의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정부 관계자들만큼이나 익숙해진 얼굴들이 있다. 발표자 옆에서 마스크도 쓰지 못한 채 수어로 브리핑 내용을 전하는 ‘수어통역사’들이다. 귀가 들리지 않는 농인들을 위해 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숨은 주역. ‘수어통역사’의 삶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도록 하자. 

PART 1. 수어통역사란?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사단법인 한국수어통역사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27년 동안 KBS에서 뉴스 수어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성현입니다. 반갑습니다!

- 수어통역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청인(비장애인)과 농인 사이에서 음성언어를 한국수어로, 수어를 음성언어로 전달하는 수어통역사는 방송, 각종 행사, 회의, 관공서, 학교, 병원 등 농인이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수어통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로 활동하고 있는 영역은 방송 뉴스통역, 농학생을 위한 학교통역, 농인의 법률지원을 위한 법률통역, 농인이 근무하고 있는 업체통역, 콜센터 화상 통역 등 전국 200여개의 수어통역센터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국내 수어통역사들은 어느 정도 있나요?
매년 7월 필기, 10월 실기 시험을 통해 배출되고 있는 국가 공인 민간수어통역사 자격증을 보유한 수어통역사가 1,818명입니다.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 요즘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서 통역사들이 많이 바쁘지 않나요?
질병관리본부 및 각 지자체에서 활동하는 ‘공공 수어통역사’라는 새로운 명칭의 수어통역사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각 방송사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특별 뉴스가 늘어났고, KBS의 경우 3월부터 24시간 수어통역사 대기 체제로 운영하며 야간에도 2명의 통역사가 방송국에 대기하고 있는 실정이죠. 아쉬운 점은 선별진료소, 코로나 전문병원 등 꼭 필요한 장소에 수어통역사의 배치를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배치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 수어 통역을 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수어는 손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표정, 입 모양, 몸짓 등의 다양한 시각적 정보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게 됩니다. 당연히 마스크를 쓸 경우 손만으로는 언어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가 없죠. 그래서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어통역사들은 현장에서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수어통역사들의 근무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는 건가요?
전국 수어통역센터, 농인이 근무하는 업체 통역사의 근무시간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근로를 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수어통역사들은 근무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수어통역 요청에 따라 활동하는 특수고용직 프리랜서입니다.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 그럼 지금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인 건가요?
실제 수어통역사가 필요한 현장은 많지만, 사회적 인식 부족 등을 이유로 수어통역사 배치를 꺼리는 곳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종합병원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해달라고 요청하고, 국회에 법으로까지 상정되기도 했지만 의사협회의 각종 로비와 방해로 아직까지 농인이 아파서 병원에 가려면 본인 스스로가 통역사를 직접 찾아다녀야 하고, 응급한 상황의 경우는 통역사 없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지금처럼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용어가 나오면 수어로 어떻게 정하는 건가요?
수어 역시 언어이기에 언어의 속성인 시대성, 역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오래된 단어는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단어가 자연스럽게 생성되기도 하죠. 이번 코로나19 같은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공식화 한 단어이기에 한국농아인협회와 국립국어원에서 공식 수어를 제정 발표한 것입니다. 일반적인 단어들은 많이 사용하는 집단 내에서 자연스럽게 생성하여 많은 농인이 사용하게 됩니다.

- 젊은 친구들이 쓰는 ‘핵인싸’나 ‘TMI’처럼 신조어도 표현이 가능한 건가요?
위의 답변과 같이 신조어는 젊은이들이 만들어 사용하듯이 농인 청년사회 내에서도 신조어가 나오면 수어로 변환하는 과정을 통해 사용하게 되고, 기존 성인들이 배우며 차츰 일반화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단어로 인정받게 됩니다. ‘헐, 대박’ 이러한 속어 역시 수어로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 수어는 세계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통일되어 있는 건가요?
이 질문은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와 농인, 수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성, 역사성, 시대성 등의 속성을 가진 언어와 마찬가지로 각 나라의 수어 역시 언어와 같은 속성을 가지고 그 나라의 문화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수어 단어 속에 각 나라의 문화가 들어 있기 때문에 한국수어는 다른 나라의 수어와 같을 수가 없으며,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언어입니다.

- 수어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 혹은 편견이 있나요?
‘농인이 한글을 보면 되지 왜 굳이 수어를 사용하는 거야?’라는 오해와 편견이 결국 수어통역이 농인의 권리가 아닌 시혜, 농인을 위한 부차적인 도움 정도로 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영어’를 외국어라 부르듯이, 듣지 못하는 농인에게는 ‘한국어(한글)’은 외국어와 마찬가지입니다. 농인들에게는 ‘한국수어’가 모국어이며 농인에게 한글을 강요하는 것은 일제 36년 동안 일본이 ‘한글’을 못쓰게 한 것과 같은 농인의 정체성을 빼앗는 일인 것입니다.

- 수어 통역을 하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가요?
사회적으로는 국가 공인 자격증이 발급된 지 10여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수어통역사들을 언어 전문통역사로 보지 않고 자원봉사로 여겨지고 있는 인식이 가장 힘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통역 현장에서는 농인의 권리인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통역사에 대한 처우 역시도 열악한 현실입니다.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사진/한국수어통역사협회 제공]

- 통역사들의 처우가 많이 어렵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방송통역, 관공서 행사, 선거 등 공공의 목적행사에는 수어통역사을 세우고 통역을 하고 있지만, 수어통역비 책정이 전문영역의 언어통역사와 비교하면 1/10수준도 안 되며, 농인 개인이 통역을 의뢰할 경우 통역비는커녕 통역사 본인이 교통비며 식비 등을 본인 부담으로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KBS의 경우 1990년대 초 책정된 통역비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인 것을 보면 수어통역사에 대한 대우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그야말로 농인들을 위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수어통역사’들. 아쉬운 처우만큼이나 국민들의 편견이 그들의 직업적인 삶을 힘들게 한 것은 아닐까 반성해본다. 다음 시간에는 수어통역사를 꿈꾸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 등에 대한 내용을 들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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