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방지법, 텔레그램 적용 불가-카카오톡 사찰 등 논란 확산 [지식용어]
n번방 방지법, 텔레그램 적용 불가-카카오톡 사찰 등 논란 확산 [지식용어]
  • 보도본부 | 심재민 기자
  • 승인 2020.06.0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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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쾌락과 금전적 이익에 눈이 멀어 누군가의 인권을 짓밟고 삶을 망가트린 N번방 사건 가담자들. 이들에 대한 엄벌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과 법안 마련의 필요성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이날 법사위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등 3개 법률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중 'n번방 방지법'은 방송통신 3법 중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터넷 사업자에 대해 불법 음란물을 삭제하고 관련 접속을 차단하도록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한편 법사위는 민간 데이터센터(IDC)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은 중복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보류했다.

n번방 방지법 중 먼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인터넷 사업자에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등 유통방지 조치나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리고 이동통신사업자가 새로운 요금 상품을 낼 때 정부 인가를 받도록 한 것을 폐지하고 신고제로 바꾸기로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부 위원들은 신고제 전환에 따른 요금 인상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15일간 심사를 통해 요금 인상 우려가 있으면 반려하는 '유보신고제'"라고 설명했다.

다음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 사업자에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자를 두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러한 'n번방 방지법'을 비롯해 통신·인터넷업계의 새로운 룰이 될 이른바 '방송통신 3법'을 두고 실효성 대신 부작용이 큰 졸속 입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일부 우려를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업계와 시민단체는 "졸속 추진을 중단하라"며 공개 반발하고 나섰다.

n번방 방지법 반대 측은 법 개정 취지와 달리 개인의 사적 자유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문제가 된 해외 사업자에 대한 법 집행은 여전히 어렵다고 주장한다. 또 개정안이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 통신비밀 보호 등 헌법적 가치를 침해할 뿐 법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n번방 사건의 발생지는 외국기업 서비스인 텔레그램인데 이 법이 시행되어도 텔레그램에 대해서는 법 적용이 여전히 불가능 하다는 것. 이는 결국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것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시민단체 '오픈넷' 박경신 이사는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고 통신 사업자들에게 이용자를 감시하라고 부추기는 조항"이라며 "국제 인권 기준에 어긋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이 법이 취지대로 n번방 방지법이라면 텔레그램까지 적용돼야 하는데, 사실상 국내 메신저만 사찰하는 '카카오톡 사찰법'이 나왔다"면서 "인간의 기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려 들면서 국가는 사업자 처벌만 강화하고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 등 대책·지원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성범죄 방지와 개인 데이터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일 뿐 업계의 우려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 역차별 논란에 대해서도 국내외 공조 확대 등으로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일반에 공개된 게시판이나 대화방을 기본 대상으로 하는 법일 뿐, 개인 간 사적 대화까지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끔찍한 n번방 사건을 방지하고자 마련된 n번방 방지법. 그러나 입법 취지와 달리 다양한 우려도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긴밀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허술한 부분을 보완해, 실효성은 높이고 폐해는 없애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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