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 디자인 최지민] 지난 2016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PPT 금지령 효과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은 PPT를 이용한 발표나 회의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에 PPT 금지령은 다소 낯설게 받아들여졌다.

PPT는 각종 프레젠테이션에 사용하는 문서로 보통 시각적 보조 자료로 사용하게 된다. 이는 시각적 효과를 통해 프레젠테이션의 질과 집중도를 높일 수 있어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PPT를 만드는 본래 의도는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 사용됐지만 비효율적인 면들도 많이 생겨났다. PPT의 내용에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직원들이 PPT를 만드는 과정에서 더 예쁜 이미지와 글씨체를 고민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논리 체계가 드러나지 않는 슬라이드를 보며 회의를 해야 하는 탓에 논의가 핵심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 것.

따라서 PPT를 금지하는 ‘제로 PPT’를 선언한 것인데, 쓸데없는 보고 관행을 없애자는 취지로 보고서 문화 혁신이 일어났다.

정 부회장은 제로PPT의 효과를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는데, 보고서들이 한두 장으로 짧아지고 다 흑백으로 바뀌었으며 회의 시간이 짧아졌고 논의가 핵심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PPT 그림을 위해 억지로 만드는 말이 없어졌으며 연 5천만 장에 달하던 인쇄용지 소모가 대폭 줄었다고 전했다.

현대카드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제로PPT 등 보고서 문화 혁신에 동참하고 있다. 강남구청은 발표자료로 활용하던 PPT를 없애고 보고 내용은 한글 문서로 간단히 정리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제로PPT는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아마존의 회의 방식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아마존의 회의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PPT 발표가 아니라 바로 6쪽 분량의 내러티브 메모(Six-Page Narrative Memos)다.

직원들은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약 30분간 회의 내용이 담긴 이 메모를 읽는다. 이 메모는 목차나 화살표 없이 완전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은 이 여섯 장의 줄글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과 질문을 정리한다. 회의가 시작되면 충분히 숙지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직원들 간의 치열한 토론이 진행된다.

이렇게 국내외 일부 경영자들은 PPT 특성상 내용보다는 디자인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며 중요한 보고서의 내용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디자인만 훌륭하면 내용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그럴듯해 보이는 보고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형식보다는 내용에 충실한 보고를 원했다.

여러 사례들을 봤을 때, 사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깊이 있는 생각을 가로막는 PPT는 업무효율을 떨어트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외적인 것에 치중한 화려한 PPT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마련된 제로PPT는 보다 핵심에 집중해 효율적인 기업문서 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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