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 디자인 최지민] 최근 특허를 획득한 신규 면세사업자들이 줄줄이 특허권을 반납하면서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됐다는 말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한화갤러리아, 두산 등 대기업이 특허권을 반납했고 최근에는 SM면세점까지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승자의 저주’란 경쟁에서 이겼지만 경쟁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이나 대가를 치르면서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는 현상을 말한다. 승자의 저주는 1950년대 멕시코 만의 석유 시추권 입찰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당시는 정확한 석유 매장량을 측정할 방법이 없어 매장량을 어림짐작으로 가늠해 입찰을 했다. 그런데 막대한 비용을 소모해 시추권을 따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석유 매장량이 적어서 과도한 비용만 들여 손해를 본 사례에서 유래했다.

이후 경제 분야에서 승자의 저주란 말은 자주 쓰이게 됐다. 이는 대체로 과도한 비용으로 낙찰을 받았지만 그 이상의 이득을 보지 못할 때 쓰인다. 혹은 과도한 비용을 들여 기업이 인수합병을 했는데 오히려 인수한 회사가 시너지 효과보다는 재정난 등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언급되기도 한다.

지난 2015년 14대 1의 경쟁을 뚫고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중소·중견사업자로 선정된 SM면세점은 지난 5년간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과 입국장 면세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중소·중견 면세사업자 중 1위에 올랐다. 그러나 SM면세점 매출액은 2016년 1471억원을 기록한 이후 조금씩 증가했지만 단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로써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726억원에 달했다.

국내 면세사업은 2015년만 해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국내로 몰려들면서 특허권을 획득하기만 해도 대박이 난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후 서울 시내 면세점은 11곳까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졌다. 또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이 더 이상 유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면세사업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로 꼽히는 사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한 사건을 들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과도한 인수 비용으로 자금난에 부딪혀 결국 다시 대우건설을 재매각했고 대한통운을 포함해 금호렌터카, 금호종합금융, 금호생명,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의 본래 가지고 있던 계열사도 매각을 추진해야 했다.

이렇게 여러 사례의 ‘승자의 저주’를 살펴보면 제한적인 정보만으로 판단하는 비합리성 때문에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인수·합병을 한 기업의 70%가 실패한다는 통계도 보고되었다. 승자의 저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정한 가치를 세밀히 판단하고 사전에 기업들의 재무 상태를 충분히 점검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