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최지민] 1443년 세종실록의 기록에 '임금께서 언문 28자를 친히 만드셨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조선의 4대 임금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다는 기록이다. 그러다 3년 후 세종대왕은 글자를 지은 뜻과 사용법 등이 풀이된 훈민정음을 반포했다.

특이한 점은 띄어쓰기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띄어쓰기를 처음 도입한 사람이 세종대왕이 아니라 외국인에 의해 도입되었으며 이 외국인의 주인공은 바로 미국의 선교사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이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과 유니온 신학교를 졸업한 헐버트는 육영공원에 영어 교사를 파견해 달라는 조선의 요청에 응해 1886년 국내에 들어왔다. 조선의 학생들에게 영어 및 서양문화를 가르치다 조선 학생들이 세계정세에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학생들을 도울 방법이 없나 고민하다 조선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자비로 한글 개인 교사를 고용해 한글을 배워 3년 만에 한글로 책을 저술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끊임없이 연구하며 노력한 결과 헐버트는 <사민필지>를 편찬했다. 1891년에 발간된 <사민필지>는 선비와 백성이 모두 알아야 할 책이라는 뜻으로 순 한글로 만들어진 조선 최초의 교과서이다. 세계 각국의 천문, 지리, 사회 소개, 선비와 백성, 남녀의 평등을 주장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그는 한글은 현존하는 문자 가운데 가장 우수한 문자라며 어려운 한자 대신 한글을 애용할 것을 주장했고 <사민필지> 서문에 조선의 지배층이 한자만을 고집하고 한글을 업신여긴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헐버트는 한글에 띄어쓰기가 없다는 점을 발견하고 띄어쓰기만 하면 오해를 줄이고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연구한다. 그 결과 한글의 띄어쓰기를 최초로 만들어 그의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이후 1896년 서재필, 주시경 등과 함께 만든 <독립신문>에서 본격적으로 띄어쓰기를 사용하게 되었다. 주시경 등과 함께 한글을 연구했던 헐버트는 자신이 연구했던 띄어쓰기와 점찍기를 신문에 도입했고 <독립신문>은 한글에 최초로 띄어쓰기를 실천한 순 한글 신문이다. 그러다 1933년 조선어학회가 만든 ‘한글맞춤법통일안’이 나오면서 띄어쓰기가 보편화되었다.

헐버트는 헤이그 특사로도 활약하는 등 조선의 독립운동에도 큰 공헌을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는 소망에 따라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혔으며 사후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외국인 대상으로는 최초로 대한민국 건국 공로 훈장을 추서했다.

지금 우리가 한글을 편하게 사용하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과 과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글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임을 알고 한글의 우수함을 기리고 감사하며 사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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