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 디자인 최지민, 구본영 수습]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실수를 하게 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계속 같은 실수가 반복돼서 고민이거나 만사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진다면 ‘학습된 무기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학습된 무기력’이란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얻지 못하는 부정적인 경험이 지속되면서 만사가 무의미해지고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즉 어떠한 상황에도 희망을 품지 못하고 포기하게 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 박사는 개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학습된 무기력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동물 실험을 통해 피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게 되면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와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포기해버리는 현상을 증명했다.

그는 실험에서 개들을 각각 전기충격이 가해지는 방에 집어넣었다. A방에는 레버를 움직이면 전기충격을 멈출 수 있는 환경이었고 B방은 어떤 짓을 해도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개들을 각각 방에 가둬뒀다가 24시간이 지난 뒤, 장애물만 넘으면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는 방에 집어넣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A방에 있던 개들은 전기충격이 오자 장애물을 넘어 전기충격을 피했고 B방에 있던 개들은 장애물만 넘으면 충분히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었지만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충격을 그대로 견디고 있었다.

이렇게 학습된 무기력은 주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발견됐지만 이후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 범위가 확장되었다. 이는 아동과 성인을 통틀어 인간의 심리를 설명하는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되었다.

학습된 무기력은 주로 우울증 환자들이 보이는 부정적 인지과정을 설명하는 모델로 주목받았는데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발견되고 있다. 그 사례로 입시에서 연이은 낙방으로 의욕을 잃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무기력 상태에 빠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또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계속되는 폭력과 협박, 회유 등으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면서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구직자들에게도 나타났는데, 취업의지가 점점 없어지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로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학습된 무기력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학습된 무기력은 보통 사회의 장기화된 경기침체, 사회양극화, 청년실업률 등 다양한 환경적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람들은 개인적인 노력보다 사회적 정책 및 인식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습된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정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개개인 스스로도 작은 성공을 위한 목표설정을 통해 성공 경험을 쌓고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스스로 격려하는 습관이 필요할 것이다. 학습된 무기력의 사회가 되지 않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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