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각 지역에 있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시설들. 이를 더 나은 장소로 탈바꿈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 전주의 ‘선미촌’이 문화 가치를 드높이는 장소로 변신을 선포해 화제다.

선미촌은 전주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다. 전주시 덕진구 서노송동에 위치한 선미촌에는 옛 성매매업소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1960년대 이후 서노송동 일대 주택가에 형성된 선미촌에는 한때 400여 명의 여성이 성매매 일을 했으나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가 금지되면서 종사자가 100여 명으로 급감했다가 도시재생사업 등으로 지금은 수십명으로 줄었다.

전주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선 예술 책방 '물결 서사' 전경 [전주시 제공.무단배포 및 DB 금지]
전주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선 예술 책방 '물결 서사' 전경 [전주시 제공.무단배포 및 DB 금지]

이처럼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에 마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는 박물관이 들어선다. 4일 전주시는 덕진구 서노송동 선미촌의 옛 성매매업소 건물에 주민들의 삶이 담긴 마을사 박물관인 '노송늬우스박물관(가칭)'을 만든다고 밝혔다. 이 박물관은 이달 말 문을 열 예정으로,주민과 예술가 등이 합심해 지역민의 다채로운 삶을 조명하고 노송동 천사마을·주민공동체 등 지역 콘텐츠를 활용한 작품 전시 등을 한다.

선미촌에 들어설 박물관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우선 1층은 주민 예술가들이 사진, 분재, 초상화 캐릭터, 수석, 압화, 말린 꽃 등을 전시하는 갤러리와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된다. 그리고 과거 성매매 공간으로 사용됐던 2층의 총 13개의 방은 고스란히 보존되면서 다양한 콘텐츠로 꾸며진다. 설치·영상 작품, 서노송동의 과거∼현재∼미래를 보여주는 사진과 주민들의 얼굴 사진, 인터뷰 영상 자료, 노송동의 사건·사고 기록물 등이 영구히 자리한다는 설명이다.

선미촌에 들어설 박물관 건립에는 여러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근 전주동초등학교와 신일중학교 교사·학생들은 우리 동네 그리기, 마을 희망 메시지 작성 등을 통해 마을사 박물관 조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5명의 이 지역 예술가들도 수차례 회의와 마을 답사를 통해 마을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담은 작품 활동으로 박물관 콘텐츠에 한몫하고 있으며, 지역 예술가들은 전주시가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사들인 옛 성매매업소의 낡은 공간(50㎡)을 고쳐 예술책방 '물결 서사'를 열기도 했다.

황권주 전주시 문화관광 체육국장은 "마을사 박물관은 궁핍하고 암울하게 인식되던 옛 성매매 공간을 지역 주민들의 삶을 추억하고 문화예술을 매개로 소통하는 따뜻한 공간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행정기관이 주도한 도시재생의 방식과는 달리 주민과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재생을 통해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공간이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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