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최지민, 구본영 수습] 당신에게 ‘집’은 어떤 곳인가? 집은 많은 직장인이 일찍 퇴근하고 가고 싶어 하는 곳이며, 이미 출근하기 전부터 가고 싶은 장소로 여겨진다. 게을러서 그런 것일까?

소파에 올라오길 싫어하던 반려견에게 소파는 어떨까? 처음에는 소파가 싫을 수 있겠지만 반복적으로 소파 위에서 간식을 주면 얼마 뒤 그 반려견은 소파 위에 올라오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이렇듯 어떠한 장소는 선호하는 곳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혹시 이런 것이 인지과정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인지 교세포과학 그룹 이창준 단장 연구팀은 행복감을 유발하는 화합물인 오피오이드가 뇌의 ‘별세포’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장소에 대한 선호 기억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별세포(astrocyte)’는 중추신경계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교세포로 학명은 성상세포다. 별 모양을 하고 있어서 별세포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혈액·뇌 장벽 형성, 세포 이온 환경 유지, 신경전달물질 분비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팀은 오피오이드가 뇌 해마 별세포 뮤-오피오이드수용체에 결합함으로써 행복한 경험을 했던 장소에 대한 선호 기억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먼저 연구팀은 오피오이드로 인한 특정 장소 선호를 확인하기 위해 동물 행동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용 쥐가 두 개의 방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고 지켜보면서 쥐가 어느 방에서 더 오래 머무는지 측정했다. 더 오래 머문다는 것을 그 방을 더 선호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선호하지 않는 방으로 이동했을 때 해마 별세포 뮤-오피오이드수용체에 결합하는 모르핀을 주사했다. 모르핀은 '좋아함' 회로를 작동시키는 오피오이드이기 때문에 특정한 방에서 쥐에게 모르핀을 주사한 것은 특정 장소에서 좋아하는 경험, 기쁜 일이 일어났을 때의 경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준 셈이다.

이후 쥐의 행동을 다시 관찰한 결과 쥐는 모르핀 주사를 맞은 뒤 선호하지 않던 방을 더 선호하게 되었음을 확인했다. 해마 별세포 뮤-오피오이드수용체가 장소에 대한 선호 기억 형성에 관여한 것이다.

연구팀 측에 의하면 뇌에서 베타-엔도르핀 호르몬이 분비되거나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을 투약하는 경우, 행복한 감정을 느낌과 동시에 장소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여 특정 장소 선호 기억을 형성하게 된다.

또 연구팀은 앞서 2014년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에서 흔히 발견되는 반응성 별세포가 가바를 분비해 기억 장애가 유발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하기도 했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 중독의 심층적인 기전을 규명하고 궁극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집처럼 특정 장소에 끌리는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닌 뇌의 작용 때문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집 밖에 나와 있는 많은 사람이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의 단순한 투정이 아닌 뇌의 행복 메커니즘 때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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