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이시연 수습기자/ 디자인 최지민] 최근 홍콩시위에서 마스크를 쓰며 시위에 참여하는 등 각 나라마다 특이한 시위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각국의 문화가 드러나는 특이한 시위-집회에 대해 알아보자.

1. 정어리 집회
지난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산조반니 광장에서 극우 정치인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서 특이했던 것은 상당수 집회 참석자가 각양각색의 정어리를 그린 그림과 포스터 등을 손에 들고 있었던 점이다.

이러한 집회 양상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최근 벨기에와 브뤼셀, 스페인 마드리드, 프랑스 보르도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특이한 점은 ‘그림이나 상징물’을 들고 집회를 열진행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정어리 집회'라는 말까지 생겼다.

길이가 15㎝ 정도인 정어리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물고기 종류다. 하지만 무리를 이룬 정어리 떼는 조밀하게 뭉쳐 몸집을 키우고, 지느러미를 움직여 진동을 만들어내면서 포식자의 공격을 피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어리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정어리 집회’는 “수만 마리가 무리를 지어 몸집이 큰 포식자에 대항하는 정어리처럼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반(反)이민 등 극우주의에 저항하자“는 풀뿌리 시민운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2. 카세롤라소 집회

카세롤라소(Cacerolazo)는 ‘중남미 지역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 방식’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 정부에 시위를 할 때 촛불을 드는 것과 달리 중남미 지역에서는 시위를 할 때 냄비나 프라이팬을 들고 나와 두드린다.

'카세롤라소'는 스페인어로 스튜 냄비를 뜻하는 '카세롤라(Cacerola)'에 두드린다는 의미를 지닌 ‘아소(azo)’라는 접미사를 붙인 말로 ‘텅 빈 냄비나 프라이팬처럼 내 배도 텅 비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1964년 브라질에서 주앙 굴라르 대통령의 정책에 중산층 주부들이 식량난을 우려하면서 냄비를 비롯한 주방기구를 들고 소리를 내는 시위를 벌인데서 유래됐다.

우리나라의 공연 ‘난타’를 연상케 하는 카세롤라소 집회는 최근에는 콜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일 때도 나타났다.

3. 가이 포크스 가면 집회

우리나라의 특이한 집회를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의 가면 집회를 들 수 있다. 그들이 쓴 ‘가이 포크스 가면’은 2005년 개봉한 영화 <브이포벤데타>에 등장했다.

원작은 1980년대 핵전쟁 이후 파괴된 세계에서 파시스트들이 지배하는 가운데 무정부주의자 '브이'가 혁명을 일으키는 내용이다. 브이는 늘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가이 포크스'는 1605년 11월 5일 영국 정부의 가톨릭 탄압에 반대해 웨스트민스터 의회 의사당을 폭파시키려다 미수에 그친 실존 인물이다.

지금은 투쟁과 저항의 아이콘으로 사람들이 그의 가면을 쓰고 시위나 집회현장에 참여하고 있다. ‘가면’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신변을 숨기고자 하는 것. 스스로 ‘을’이라 주장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은 이 ‘가이 포크스’ 가면 속에 자신의 얼굴을 숨긴 채 집회에 참여했다.

4. 바투카다 집회

지난 7일 정부가 연말-연시를 맞아 특별사면을 검토하자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지지자들이 또 다시 “이석기를 석방하라”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때 특이한 것은 그랜드 피아노 36대와 통기타, 우쿨렐레, 하모니카를 들고 합주하며 집회를 이어간 것이다.

이날 집회가 참여한 방식은 바투카다(Batucada) 축제 형식의 집회로 바투카다는 브라질 흑인들이 집단적으로 추는 춤의 일종이다. 주최 측은 북소리에 대해 "야만을 떨치는 정의의 북소리" "굳게 닫힌 감옥문을 두드리는 소리"라고 주장하며 연주로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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