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 디자인 최지민, 구본영 수습] 지난 7월 그룹 엑소가 일본 콘서트 장소를 공개하자 팬들은 콘서트 장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화제를 모았다. 올해 12월에 콘서트를 진행하는 일본 미야기 공연장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장소와 약 130km 떨어져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11월 일본의 시민단체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에 따르면 후쿠시마현에 이어 미야기현이 2번째로 높은 방사능 피폭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식을 접한 엑소 팬들은 SNS에 ‘EXO의 일본투어 취소를 강력하게 요구합니다’라며 콘서트 반대 캠페인을 이어갔다.

이렇게 팬들이 직접 투자와 제조 과정에 참여해 상품이나 브랜드를 키워내는 소비자를 ‘팬슈머’라 부른다. 팬슈머(fansumer)는 팬(fan)과 컨슈머(consumer)를 합친 신조어로, 팬슈머들은 생산 과정에 참여해 브랜드를 키워냈다는 경험에 즐거움을 느끼고 소비에 참여한다. 적극적으로 소비에 나서는 동시에 비판, 간섭, 견제도 함께 한다.

최근에는 연예인이나 캐릭터 등 이미 유통 중인 상품과 콘텐츠를 다량으로 소비할 뿐만 아니라 직접 제품을 기획하고 제작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코리아 2020’도서에서 이런 현상을 팬슈머로 정의했다.

특히 요즘 팬슈머들은 캐릭터에 크게 열광하고 있다. 전 세대를 아우르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EBS 크리에이터 펭수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펭수의 팬들이 급격히 많아지면서 팬들은 직접 굿즈를 제작하기도 하며 생산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유통가에서는 팬슈머들이 직접 상품을 체험하고 후기를 남길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의 투자 및 제조 과정에 참여한다. 그 사례로 지난 6월 국내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맥주 맛을 평가한 맥믈리에 시음회를 들 수 있다.

이들은 미입고된 맥주를 먼저 마셔보고 꼼꼼하게 평가하는 엄격한 심사 과정에 참여했다. 이후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실제 판매를 시작했고, 이렇게 유통가에서는 제품의 만족도를 높이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팬슈머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새롭게 떠오른 팬슈머 열풍에 전문가들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경제의 주축으로 진입하고 있는 20~30대의 비중이 커지면서 소비의 트랜드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소비와 생산 과정에서 올바름을 추구하는데 불법 제품은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소비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이제 비즈니스, 정치,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팬슈머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팬슈머를 자산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생산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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