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최지민] 누구나 어떤 일이든 처음 배우는 단계에서 완벽하게 일을 해내기란 쉽지 않다. 무지의 상태이기에 지식이 필요하며 문서나 매뉴얼을 보고하더라도 쉽지 않다. 이럴 때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암묵지’가 필요하다.

‘암묵지’는 언어, 영상 등으로 명시된 지식이 아니라 머릿속에 잠재되어 있는 지식을 말하며 흔히 노하우라고 부른다.

암묵지는 헝가리 출신 영국의 철학자이자 물리화학자인 마이클 폴라니가 구분한 지식의 한 종류이며, 폴라니는 1958년에 발행한 <개인적 지식>에서 개인적 지식을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으로 분류했다.

암묵지는 학습과 경험을 통하여 습득함으로써 개인에게 체화되어 있지만 언어나 문자로 표현하기 어려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이다. 암묵지와 상대되는 개념인 명시지는 언어나 문자를 통하여 겉으로 표현된 지식으로서 문서화 또는 자료화된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폴라니는 암묵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암묵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람이 행동하게 되는 것이 바로 암묵지이기 때문이다. 오랜 경험이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체득한 지식이나 노하우가 여기에 속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한 번 알게 되면 체화되어 절대 잊어버리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바로 타도록 알려줄 수 없는 것 역시 암묵지이다.

과학기술학자인 해리 콜린스도 암묵지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콜린스는 암묵지의 중요성을 TEA 레이저 실험 전파 과정을 통해 발견했다. 기술의 전파 과정에서 설계도대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실패하다가, 결국 해당 실험실과 교류를 통해 노하우를 전수 받아 성공했다는 사례 역시 암묵지의 좋은 예이다. 기술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서류와 매뉴얼과 같은 정보뿐만 아니라 암묵지의 전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요리책대로 만들어도 요리책을 쓴 요리사가 만든 음식과는 다른 맛이 나는 것도 암묵지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조리 온도와 식자재의 신선도도 관련 있지만, 요리할 때 나오는 일종의 손맛이라 할 수 있는 개인의 노하우나 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암묵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경험한 지식이 명시지로 전환될 수 있다. 즉, 위의 TEA 레이저의 예도 개발 초기 지식 부족이 원인이며, 요리를 할 때도 해당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명시지의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암묵지가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명시지로 명문화되어 정리되어야 하고 완벽한 체득이 일어나려면 암묵지의 전달이 필요하다. 결국 암묵지와 명시지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것이다.

누구나 관심 있는 분야가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기에 해당 분야에서 암묵지를 쌓는 것은 중요하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더라고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뇌에 각인되며 몸이 기억할 수 있게 암묵지가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이다. 결국 암묵지가 우리들의 자산이 된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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