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시연 / 디자인 최지민, 구본영 수습] 가끔 TV속 대규모 비행기 추락사고 소식을 접하고 난 뒤 “비행기 타면 안 되겠다. 조심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의사 결정을 한다. 그때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충분한 정보를 검토한 후, 합리적으로 결론을 내리면 좋겠지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개의 경우, 꼼꼼한 정보 수집보다는 과거 경험이나 직관에 의존해 판단을 내린다. 이렇게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는 것을 판단할 때 논리적 분석이나 사실에 의거한 판단보다 이러한 ‘경험적 지식’에 의존하는데 이를 ‘휴리스틱(heuristic)’이라 부른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불확실성하에서의 의사결정: 휴리스틱과 판단편향(Judgment under Uncertainy Heuristics and Biases)>이라는 논문에서 휴리스틱의 특징으로 4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한 사물에 나타난 대표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전체를 판단해 버리는 ‘대표성 휴리스틱’이다. 외국 사람들이 모든 한국인을 태권도 유단자로 생각하거나 특정 정치인을 ‘이런 사람’이라 단정 짓는 것, 좋은 대학을 나왔으니 머리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등이 대표성 휴리스틱이 작용한 예이다.

두 번째는 가용성 휴리스틱이다. 가용성이라는 말은 당장 쓸 수 있다는 말인데, 내가 잘 아는 것, 내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생각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방식이다. 이야 말로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에 의해 판단내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단연 암이다. 그렇다면 사망 원인 2위는 무엇일까? 정확한 통계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얼른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을 바탕으로 답을 할 것이다. 이는 가용성 휴리스틱이 작용한 결과이다.

세 번째는 처음에 정한 기준점에 얽매어 왜곡된 편향을 일으키는 ‘기준점 휴리스틱(anchoring heuristics)’이다. 기준점 휴리스틱은 ‘닻 내림효과’ 또는 ‘앵커링’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는 처음에 인상적이었던 사물이나 사건이 기준점이 되어 그 후의 판단에 왜곡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기준점 휴리스틱이 가져오는 유명한 편향 중 하나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이는 자신이 믿고 신뢰하는 답이 기준점이 되어 그것을 지지하는 근거와 정보만 보려하고 그에 반하는 것들은 무시하려는 편향을 뜻한다.

네 번째는 감정에 따라 판단하는 ‘감정 휴리스틱’이다. 사람은 감정에 의해 행동과 판단이 일어나는 특성이 있어 감정에 따라 상황을 판단한 경험은 누구든 가지고 있을 것이다.

복잡하고 바쁜 세상 속에서 하나하나 따지고 계산하면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럴 때, 휴리스틱은 매우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판단 기술이다. 그러나 휴리스틱은 치명적인 오판을 가져올 수도 있다. 휴리스틱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말을 늘 귀담아들어야 한다.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휴리스틱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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