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사모’로 발행되는 고위험 파생결합펀드와 신탁 상품이 내년 은행 창구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모란 널리 일반으로부터 모집하지 않고 발행 회사와 특정한 관계가 있는 곳에서 모집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금융당국의 규제 속에 이 같은 사모 발행 금융투자 상품이 사라지고 원금 손실이 작고 투자자 보호 장치가 잘 갖춰진 공모펀드 중심의 판매 채널로 전환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월14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고 고위험 사모펀드와 신탁의 은행 판매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판매 제한에 있어 기준이 되어 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란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금융투자 상품에 다양한 파생상품이 내재돼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을 20% 이상 잃을 수 있는 상품이 대상이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자산 가격이 일정 기간 정해진 구간에서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률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지만, 해당 구간을 벗어나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다는 특징이 있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손실 사태를 낳은 바 있는 파생결합펀드(DLF), 주가연계펀드(ELF), 파생결합증권신탁(DLT), 주가연계신탁(ELT) 등 4개를 은행 판매가 금지되는 대표적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꼽았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위험등급이 5등급으로 나뉜다. 그 중 원금 20% 이상 손실이 가능한 상품은 초고위험(1등급)으로 분류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원금 비보장형 파생결합증권 가운데 원금의 20%를 넘는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 규모는 74조4천억원이다.

금융당국은 특히 현재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고위험 DLF 가운데 사모펀드를 판매 제한 대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증권신고서 제출, 분산투자 의무 적용 등 투자자 보호가 상대적으로 나은 공모펀드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은행이 DLF과 ELF 상품을 팔려면 공모 형태를 갖추거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기준 적용을 받지 않도록 상품 설계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한편 이러한 금융당국의 규제에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최근 정기예금의 금리가 낮아지면서 많은 소비자가 금리가 높다고 홍보되는 다양한 파생결합펀드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로 인해 된서리를 맞게 된다는 주장이다.

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지를 은행 자체 판단에 맡긴 것을 두고도 한동안 시장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으며, 소비자 선택의 폭과 상품 접근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일단 2주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상품의 고난도 여부를 금융회사에서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 소비자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직접 판단하겠다는 것이 금융위의 입장이다.

소비자의 원금 손실 등 다양한 불안전성과 피해를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조치 그리고 그 조치의 기준이 되어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개념. 이에 대해 금융 상품 선택의 안전망이 되어 주느냐, 아니면 제약이 되어 자유로운 투자를 방해하느냐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아직 본격 시행에 기간이 남은 만큼 제도의 허술한 점과 불합리한 점은 없는 지 많은 소통과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