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포르쉐에 이어 마세라티, 람보르기니까지 그간 슈퍼카에만 집중하던 브랜드들까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인업을 확대하며 고객의 발걸음을 유혹하고 있다. 워낙 SUV의 인기가 높은 탓에 이를 무시하면 경쟁에서 도태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덩치 큰 SUV부터 소형 SUV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입맛대로 고를 수 있도록 SUV 라인업이 빼곡하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이후 SUV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가 3천500만대에서 2억대로 6배나 급증했으며 현재는 전체 신차 판매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경우 관계기관 조사에 따르면 신차 판매 가운데 SUV 비중이 2014년에 21%에서 지난해에는 39%로 증가했으며 지난달 이른바 '톱 텐'(Top 10) 판매 차량 가운데 기아 스포티지와 포드 쿠가 등 4종의 SUV가 포함됐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그런데 일각에서는 아무래도 높이가 높아 공기저항에 불리하고 무게가 무거운 SUV가 환경적 측면에서 그간의 노력들을 반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제에너지기구(IEA)는 SUV 수요 증가가 기존 차량의 전기 차량 전환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감축분을 대부분 상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4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인용한 IEA 연례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자동차 제작사들은 SUV의 보다 높은 마진을 겨냥해 SUV 광고를 갈수록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IEA는 밝혔다. 이에 지난 2010년 이후 SUV는 발전 부분에 이어 두 번째로 지구상 온실가스 증가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중공업이 3위, 화물트럭이 4위, 항공이 5위, 해운이 6위를 기록하고 있다.

보통 SUV는 중형차량에 비해 더 무겁다. 거기다 덜 유선형이기 때문에 마일(mile)당 연료 소비량이 25%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IEA에 따르면 SUV가 증가하기 시작한 지난 2010~2018년 사이 증가한 하루 330만 배럴 석유 소비의 대부분을 SUV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러자 IEA는 경고하고 나섰다. 만약 현재와 같은 SUV 증가 추세가 지속할 경우 2040년까지는 SUV 때문에 하루 200만 배럴의 추가적인 석유 소비가 발생할 것이고 이는 거의 1억5천만대의 전기 차량 전환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분을 상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SUV도 전기차로 개발하면 된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IEA는 자동차 업계가 오는 2025년까지 350종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나 SUV의 경우 '전기화'가 힘들어 대부분 소형차량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연간 전기 차량 판매가 지난해 200만대에서 2030년까지 10배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봤자 전 세계 차량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7% 미만에 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IEA는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중대한 변화가 없는 한 최근의 SUV 판매 붐이 청정차량 개발에 주요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UV의 뜨거운 인기. IEA의 경고처럼 친환경 정책과 기조에 따른 효과를 반감시키는 부분은 없는지 돌아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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