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이시연 수습기자 / 디자인 최지민] 어릴 적 동네 오락실에 가거나 게임기 설명서를 보면 ‘두뇌 발달’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게임은 정말로 두뇌를 발달시켜주는데 도움을 줄까? 여기서 나아가,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이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실제로 실현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이하 DTx)는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는 고도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독립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른 약이나 기기와 함께 사용될 수도 있다. 또한 기존의 의약품과 같이 효능, 사용목적, 위험도 등으로부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기관의 인허가’ 역시 받아야 한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하는 단어는 ‘소프트웨어’이다. 기존 ‘디지털 헬스 케어’와 ‘디지털 치료제’를 구분해주는 핵심 단어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케어(혹은 스마트 헬스케어)는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의료서비스와 IT를 융합시킨 ‘개인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다. 디지털 기술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개인건강관리 기기’와 ‘웨어러블 기기’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할 수 있는데, 여기서 ‘개인건강관리 기기’는 안마기나 인바디 측정기 등 건강관리를 위해 생체신호를 측정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기기이고, ‘웨어러블 기기’는 기기를 신체에 착용해 생체신호를 측정하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기기이다.

반면 디지털 치료제는 ‘하드웨어’를 전혀 동반하지 않은 ‘소프트웨어’ 그 자체가 치료제가 되는 것으로 최근 미국 디지털 의학 회사 알킬리 인터렉티브 (Akili Interactive)가 집중력 장애를 가진 ADHD아동들을 위한 태블릿 PC 게임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알킬리 관계자는 “게임을 하면서 집중력을 높여 아동ADHD를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게임은 디지털 치료제로서 미국 FDA에 인허가를 신청 한 상태이며 만약 인허가 받는데 성공한다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 질병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최초의 게임이 된다.

FDA의 인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려는 목적이 뚜렷해야 하고 ▲고품질 소프트웨어로 구성되어 있어야 하며 ▲실제로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확실해야 한다.

이것이 게임인가 의약품인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존 복용의약품을 제조했던 대형 제약회사와 정부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16년부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디지털 치료 산업 발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IT 회사와 제약 회사들이 모여 소프트웨어로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정부는 특정 요건만 갖추면 단축된 검사 절차만으로 허가를 내주겠다는 방침이며, 보통 10~15년 걸리는 의약품 심사 절차를 3년 안에 끝내주겠다는 탄력적인 심사 절차를 마련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오래전부터 해왔던 프뢰벨이 만든 ‘어린이 두뇌발달 교구’나 ‘큐브’를 맞추며 두뇌를 쓰는 활동 또한 놀이를 이용해 두뇌를 발달시키는 방법인데, 디지털 치료제를 이용한 게임은 디지털 세대에 맞게 변형된 것으로 그 숨겨진 의학적인 효능을 이번 기회에 검증 받게 된 것은 아닐까.

이러한 디지털 치료제의 사용은 주로 정신 의학 분야에서 대체의학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치매, 우울증, ADHD 같은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법은 그 동안 전문의 상담이나 약물 치료에 의존해 왔지만 약이 아닌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치료하는 시장은 앞으로 점점 더 확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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