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지난해 집단 성폭행범에게 가벼운 형량을 선고해 논란을 빚었던 스페인에서 또다시 '솜방망이' 판결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1. 이번 사건의 논란 요지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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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 31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바르셀로나 법원은 지난 30일 14세 여성 피해자에 대한 '성적 학대' 혐의로 5명의 남성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이들에게 10~12년형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은 성폭행 혐의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역 15~20년 형을 받을 수 있어 형량이 더 무거운 성폭행 혐의가 아닌 이보다 가벼운 성적 학대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2. 가벼운 형량 선고한 법원의 설명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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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가해자들이 사건 당시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또한, 성폭행이 아닌 성적 학대 혐의를 적용한 또 다른 근거로 피해자가 마약과 알코올을 복용한 상태였다는 점을 들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법원은 "이들 남성은 폭력 또는 상대방에 대한 위협에 의지하지 않고 성행위를 할 수 있었다"며 "피해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몰랐다"고 판시했다.

3. 사건에서 가해자들의 주장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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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2016년 10월 카탈루냐 북동부 만레사의 한 버려진 건물에서 발생했다. 가해자 남성들은 당시 인근에서 열린 파티에서 14세 여성을 봤으며, 이 중 1명이 건물로 여성을 데려오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피해자의 나이를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법적 연령인 16세로 알고 있었으며,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4. 사건 피해 여성의 주장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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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인 14세 여성은 지난 7월 열린 재판에서 당시 이들이 자신을 차례로 성폭행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자신이 자세한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성폭행 장면은 머릿속에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5. 분노하는 시장&여성단체들

(Pravda za djevojcice - Split 페이스북 캡처)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바르셀로나의 아다 콜라우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너무나 충격적"인 이번 판결은 가부장적인 사법부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콜라우 시장은 "나는 판사가 아니어서 그들이 몇 년을 감옥에 있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나는 이것이 (성적) 학대가 아니라 성폭행이라는 점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들도 판결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스페인 내 여성단체들은 모든 형태의 성폭행을 강력하게 처벌해 줄 것을 사법부에 촉구했다. 이와 함께 사법부의 가부장 주의는 물론이고 성폭행범에게 저항하는 모습을 가해자에게 강제로 시연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여성에 대한 편견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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